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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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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노후

관리자 0 3175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살았다. 넉넉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웃으며 살아가는 삶이 즐거움이었다. 한편으론 미안하고 한편으론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건만, 어느 날부터 아내의 행동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긴 세월 살다 보니 자신도 답답한 삶에 지쳐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내의 행동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었다. 말도 없어지고 함께 있는 시간도 적어지고 툭하면 친구 만난다고 밖으로 나가고 무슨 모임 있다고 나가고, 그러려니 하고 보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아내와의 대화는 멀어지고 별것도 아닌 일에 신경질을 부리는 아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삶에 별로 달라진 것은 없건만, 아내는 가족과 자꾸 멀어져가고 있었다. 아이들도 엄마가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권태기가 온 것 같다.’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그런 아내 때문에 집안 분위기는 냉랭해지기 시작했고 참다못한 남편은 결국 아내를 앉혀놓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아내는 남편의 말소리도 듣기 싫은지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내가 말하기를 “우리 졸혼할까?”라고 물었다. 처음에 남편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소리 질렀지만, 아내의 마음속에 이미 남편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그녀는 다른 남자와 친구가 아닌 연인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랑을 가슴에 품고 말았다. 어이쿠~라는 기막힌 한숨을 지은 남편의 그 순간부터 이미 가정은 파탄으로 향하고 있었고 결국 아내는 가방을 챙겨 들고 아무도 모르게 집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아내는 몇 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혼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남편에게 통보하듯 한마디 툭 던져놓고 그냥 떠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아이들도 성장하여 큰아이는 결혼했고 작은딸은 그래도 홀로 사는 아버지를 돌보아야 한다며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냥 홀로 사는 게 아니라 아내에게 버림받은 모습으로 초췌한 모습의 아버지는 그래도 “다 내가 못난 탓이야”라며 홀아비로 산 세월, 이제 다 잊고 살아가고 있는 남편에게 어느 날 아내가 늙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엎드려 통곡하며 “내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라며 통곡하고 있었다. 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제 다 잊고 산 세월이 오래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내 탓이 크겠지만, 받아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였다. 지금 그의 마음은 자신의 탓이 크기에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있었지만, ‘아내를 믿어야 할지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라고 하였다. 다른 남자에게 연정을 품고 떠나버렸던 아내, 이제 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은 안쓰럽기 한이 없지만, 그러나 부부의 관계에서 둘은 이미 남남이 된 지 오래되었다. 의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또한 믿을 수 없는 것도 그의 마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그녀를 믿고 다시 한 이불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제가 보기엔 같이 살던 사람과 헤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가 바보같이 보였다. 착해서일까? 아니면 모자라서일까? 보내자니 자신의 잘못도 있었기에 그럴 수도 없고 받아주자니 혹시 하는 의심도 든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이 받은 상처도 작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그래서 아예 이혼서류를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그의 얼굴에 짙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부인은 어디 있어요?”라고 묻자 “일단 내보냈어요. 같이 살아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제 곧 노인 아파트 나오면 나 혼자 홀가분하게 살 거예요.”라며 한숨 짓는 그는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 보이는 모습으로 빗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아! 누구를 만나건 결국 그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일 뿐이다. 서로 그동안 산 세월을 이야기하며 등 두드려주며 아름다운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을 텐데 ㅠㅠ 안타까움 속에 부부는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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