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꽃이 피니 마음이 기쁘고 새순이 돋으니 마음이 희망이 솟는다. 푸릇한 파란 잎들이 온 세상을 파랗게 뒤덮고 있으니 이제 정말 따뜻한 봄이 왔는가 보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따뜻한 봄은 왔건만, 얼마나 꽃피는 것을 시기하는 시샘이 크기에 꽃샘추위가 이리고 길까? 하지만 언젠가는 가리라! 꽃샘추위가 떠난들 아쉬운 것 없고 꽃이 진다고 슬퍼하는 사람도 없다, 피는 꽃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지는 꽃을 보고 슬퍼하는 이 없듯이 말이다. 파란 잎을 보며 가슴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긴 하지만, 지는 낙엽을 보며 슬퍼할 사람도 없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 아름다운 온갖 좋은 것을 다 주셨건만, 그래도 인간만큼 더 귀하고 아름답게 사랑하신 것은 없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라고 하신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인간은 ‘사랑’이라는 단어만 입으로 말할 뿐이지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것은 힘든 것 같다. 그거로 사랑하라는 것은 가난하고 병든 자, 굶주리는 자와 헐벗을 자들을 위해 서로 나누고 섬기고 사랑을 베풀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과연 우리는 어떻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온갖 사물을 다 사랑할 수는 있지만, 진정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건만, 어째서 하느님은 인간에게 ‘서로 사랑하라.’라고 하신 것일까? 그것을 실천하려면 정말 간도 쓸개까지 다 빼 버려도 힘든 것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다. 기르는 강아지에겐 상처를 받지 않고 기르는 꽃도 상처를 주지 않지만, 인간은 언제나 같은 인간에게 주는 게 상처일 뿐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마음이 좀 냉정할 듯도 싶지만.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사람에게 받은 사랑보단 헐뜯기고 상처받고 가슴 아프게 후회하는 인연의 세월을 살아온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따르자니 고통만 가득할 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저미도록 아픈 마음뿐이건만,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오늘도 우리는 ‘Open’이라는 빨간 등을 기꺼이 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상처도 아픔이라면 아픈 것이겠지만, 알고 보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것이라고 위로해 보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닫혔던 문을 열고 사람을 만나고 새 희망을 품으며 기쁨을 노래할 수 있어서 좋다. 아직 때가 좀 이른 듯 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다시 열어주시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꽃샘추위가 아무리 모질다 해도, 코로나가 아무리 설쳐대도 인간에게 받은 상처만큼 클 수는 없다. 그래도 토닥여 주고 위로해 주고 사랑을 주는 여러분이 있기에 기쁜 마음에 맺힌 상처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가 보다. 이 세상에 잘난 사람은 바로 너였고 나였고 또 우리일 뿐이다. 하늘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겐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일 뿐이다. 몸에 난 상처는 약 바르고 치료하면 나을 수 있지만, 가슴에 퍼렇게 멍든 상처는 너무 깊어 치유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안고 살리라! 아마 먼 훗날 내가 죽어 하늘나라에 가면 주님께서 깨끗하게 치유해 주실 것이다. 그러면 됐지, 뭘 더 바라겠는가.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이 세월이 가면 가슴 속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던 상처도 없어질 것이고 새 계절 속에 묻힐 것이다. “이번 오월에도 쌀 나누어 주시나요?”라는 전화를 받는 순간 ‘그래, 우리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 그들에게 우리는 희망이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깨에 힘이 솟는다. “네, 그럴 겁니다. 연락드릴게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고 희망을 주는 사람도 있다. 늘 그들에게 하는 말은 “용기를 가지세요. 좋은 날이 꼭 올 겁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지만, 정말 추운 꽃샘추위가 물러가면 좋은 일이 거듭나기를 기도해 본다. 언젠가 찾아들 행복과 기쁨이 함께 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화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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