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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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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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셋방살이

관리자 0 4962

글쓴이 박춘선


드디어 봄이 왔다. 하얀 눈을 맞으며 길을 걷던 계절도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 버리고 따뜻하고 맑고 고운 향기로운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어디선가 딱따구리가 나무 기둥을 쪼아대는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노랫소리가 봄을 알린다. 봄을 맞이한 그 기쁨도 잠시였던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초조함이마음을 무겁게 한다. 셋방살이의 서러움이라고 했던가, 가라면 가야 하고, 있으라면 있어야 하는 셋방살이 신세를 언제 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민생활의 어려움으로 마음고생 하는 사람들, 하루에도 수없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애절한 그들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어 이리저리 새집을 찾아본다. 마땅한 곳이 별로 없다. “저희는 믿고만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들, 어떤 할머니께서 “저녁에 한 잔씩 마시면 몸에 좋대요.”라며 포도주한 병을 건넨다. “한 잔이요? 한 상자를 다 마셔도 취할 것 같지 않은데요”라고 대답하며 웃고 있는 눈에 나도모르게 눈물이 고인다. 이사할 곳을 구하고 있지만, 구한다 하더라도 준비해야 할 돈이 또 머릿속을 헤집는다. 구해도 걱정, 못 구해도 걱정, 이 봄이 춥고 황량하기만 하다. 어떤 여자가 “사회봉사를 해야 하는데 봉사할 시간은 없고, 제가 돈을 드릴 테니 그냥 봉사했다고 하나 써 주시면 안되나요?”라는 말을 들으며 은근히 부아가치밀어 오른다. “지금 나보고 법을 어기며 그런 일을 하라는 건가요?”라고 꽥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하긴 요즘은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런 일까지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니 아직도 내 뱃속이 부르긴 부른가 보다. 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좋을 것인가,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보아도 갈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느끼며 직장 없어 고심하는 우리 한인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그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건만 나는 봉사하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그들과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마는 “이제방세가 밀렸다고 나가라고 하는데 정말 막막하고 답답합니다.”라고 말하는 가장의 눈언저리에 맺힌 눈물을 바라본다. 나야 때려치우면 그만이지만, 가장의 눈에 맺힌 그 눈물엔 한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 떠날 수 없는 것이나의 오지랖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봄, 아름다운 봄은 왔건만, 새들의 노래가 상쾌하건만, 그 기쁨을 기쁨으로느끼지 못하는 내가 서러워 가슴을 조아린다. 언제 오려는가 아픔 없는 행복의 시간이, 언제 우리 곁에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무거운 마음이 홀가분해지도록 이 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혹시 문을 닫으시는 건 아니겠지요?”라고 묻는 그의 말을 들으며 “아닐 겁니다.”라고 말한다. 내 손을 잡은 수많은 그들의눈에 흐르는 뼈저린 눈물을 멈추게 하고 희망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시간이 빨라 다가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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