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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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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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승자와 패자

관리자 0 3898

난 죽는 게 너무 싫어요요즘은100살까지 산다고 하는 데 이제80살 조금 넘었는데 벌써 죽으면 얼마나 서럽겠어요.?”라는 할머니걸을 수 없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할머니의 마음은 아직 젊디젊은 청춘이었다.다리도 그렇거니와 당뇨와 고혈압으로 늘 고생한다는 노인은 어떤 사람은100살 넘게 산다는 데거기에 비교하면 나는 아직 젊어 억울해서 죽을 수 없어요.”라고 하였다. “무엇이 그렇게 억울하세요?”라고 물으니다른 년하고 사는 영감한테 이런 꼴로 살다 죽으면 그놈이 얼마나 좋다고 하겠어요그래서 나는 아직 죽으면 안 돼요.”라고 한다그토록 애지중지 길렀건만걸을 수 없는 부모를 보살필 수 없어 양로원에 자신을 맡긴 자식이 더 괘씸하다고 했다. “내가 빨리 나아서 집에 가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라며 휠체어를 끌고 운동해야 한다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노인우연히 만난 노인은 어디서 와서 이곳에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그 마음속에 가득 싸인 복수심 때문에 화병까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항상 함께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었다.함께 몸을 부대끼며 살고 있어도 나의 마음이 그의 마음과 함께할 수 없다면 몸만 같이 있을 뿐 우리는 어차피 남남이었다.어떤 할머니가 영감이 속을 많이 썩였어요그래도 저세상으로 가고 보니 그래도 영감 살아있었을 때가 그리워요.”라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있을 때는 몰랐던 가슴 한 아름 가득했던 그 정이 이제 멀리 떠나버리고 나니 새록새록 하게 그 정이 그리워지고 있었다

그곳을 떠나 돌아오니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초췌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는 그는 이제 더 살 수가 없어요이젠 방도 따로 쓰고밥도 함께 먹지 않아요.”라고 하였다오십을 갓 넘긴 그는 그러나 헤어진다고 해도 갈 데가 없어요.노인 아파트는 나이가 되지 않아 신청할 수 없고정부아파트라고 얻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아내는 무엇이 못마땅한지 말도 하지 않고,각방을 쓰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없다고 했다벌써 세월은 흘러 지난2년 동안 그렇게 살다 보니 이제 아내와 함께 산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제 생각엔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아요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요?”라는 그 남자,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아내에게 편지를 써 보세요.”라고 하자 허허 웃으며 이젠 너무 지쳐서 그저 떠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라고 하였다있는 것은 오직 자신이 일해서 번 돈으로 산 집 한 채가 전부인데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아이들도 다 커서 이제 제 할 일 하며 잘 살겠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가정이라는 것에 대해 애정이 멀리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우리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이 갈 곳 없다는 사람과 만나는 일이다먹을 것이 없으면 먹을 것을 주고 입을 것이 없다면 입을 것을 주면 되는 데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의 사연을 들을 때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져 버린다이럴 때 호텔은 아니라도 작은 여인숙 같은 것이라도 있다면 방 한 칸 내 줄 수도 있으련만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니니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기엔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어쩌면 좋으리어찌하면 좋을까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래도 아내와 이야기 하시고 좋은 결정 보실 수밖에 없네요.”라고 하였지만그는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아요.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말이라도 해 주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참답답할 뿐입니다.”라며 한숨을 내쉰다

바위에 부딪혀 깨어져 흩어지는 파도와 같이 한 가정이 산산이 부서져 간다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인간관계가 아닐까?버티고 서 있는 자와 무너져 가는 자누가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며 누가 결국 승리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을까두 몸이 한 몸이 되어 그 많은 세월을 거쳐 함께 이룩한 가정이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처음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다시 마음을 합할 수만 있다면 승자와 패자가 없는 성 가정을 다시 이루어 갈 수도 있으련만힘없이 축 처진 어깨를 늘어뜨리고 저 멀리 사라져 가는 그의 등에 하얀 비가 촉촉하게 뿌리고 있었다.     


예진회 대표 박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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