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몸이 둘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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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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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이몸이 둘이라면

관리자 0 4005

이젠완연한 여름이 피부 깊숙하게 와 닿는다벌써 여름이 오셨는가 보다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즐기려고 어느새 수영장엔 아이들의 재롱 소리가 온 동네를 뒤덮는다우리는 언제 저렇게 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깔깔대며 웃었던가까마득하게 다가오는 어린 시절수영장은커녕 동네 개울가에 모여 앉아 물 끼얹기 장난을 치며 우리는 그 시절을 보냈는데지금 아이들은 개울가에서 물놀이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소망이 녀석 데리고 산책을 하다 보니 민들레가 훌쩍 자라 녹색 잎으로 손짓을 한다나도 모르게 성큼 다가가 민들레 잎사귀를 나물 뜯듯 열심히 캐다 보니 제법 많은 양의 민들레가 손안에 가득하다살짝 데쳐 된장에 주물럭거려 갖은양념 넣고 무치니 제법 그럴싸한 나물이 되어 상큼한 향으로 한 끼를 때운다. “이젠 여기 밥도 지겨워요된장찌개도 먹고 싶고 시원한 잔치국수도 먹고 싶은데 이러고 있으니 너무 답답합니다.”라는 메시지 하나를 받는다자식 없이 일가친척 하나 없이 할머니는 어느덧 90의 나이를 바라보았다. “양로원으로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누구에게 부탁할 데도 없고 간호사도 없이 있으니 너무 답답하네요.”라시던 노인이제 귀가 어두워 전화로 대화가 어려운 할머니를 찾아갔는데 그래도 아직은 정신이 너무 정정하셔서 금방 나를 알아보신다. “이렇게 왔는데 뭘 대접해야 하나?”라며 몸을 일으키는 노인은 괜찮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몸을 일으킨다. “이거라도 드세요.”라며 내놓으신 컵에는 짙은 노란색의 오렌지 주스가 담겨있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몸도 시원치 않은데 간호사를 부르려니 그것도 나는 안 된다고 하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너무 답답해서 전화 드렸어요.”라는 할머니는 죽는다고 해도 올 사람 없으니 몸뚱이가 썩어도 아무도 모를 거예요.”라며 한숨을 내쉰다남편은 일찍이 먼 세상으로 떠난 지 오래되었고 자식도 없는 할머니는 죽을 것을 걱정하고 살고 있다오.”라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나는 할머니에게 일단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 전화 주세요.”라고 했는데 정말 며칠 후할머니는 너무 아파요.일어날 수도 없고 응급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라는 전화를 하였다무슨 큰일이 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할머니 댁에 찾아가 보니 파리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있는 할머니는 무슨 큰일은 없는 것 같았다어디 많이 아프세요응급차를 부를까요?”라고 하자 그냥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주면 안 될까요?”라고 하신다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할머니는이렇게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앞으로 전화하면 좀 도와주세요.”라고 한다. “죄송합니다제가 시간이 나면 해 드릴 수 있지만별안간 전화하면 도와드릴 수 없을지도 몰라요저도 늘 예약 손님이 있어 짬이 별로 나지 않거든요.”라고 하자 덥석 내 손을 잡으며 그럼 나는 어떻게 해요?”라고 한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응급차를 부르세요그리고 저에게 연락하시면 제가 찾아뵐게요.”라고 하자 어쩔 수 없지요그거라도 해 주면 정말 고맙지요.”고 한다젊어서 혼자 산다는 것은 그래도 낭만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나이 들어 홀로 아무도 없이 정말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낭만이 아닌 힘들고 괴로운 삶이 아닐까할머니는 겨우 하루를 병원에서 지냈건만벌써 음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정을 한다이 세상에 내 맘에 드는 것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된장찌개는 어떻게 끓여 먹을 것이며 손이 많이 가는 잔치 국수는 어떻게 만들어 드실 것인가할머니는 자주 전화를 한다. “지금 바빠요지금 내가 어디를 가야 하는 데 갈 수가 없어요좀 도와주세요.”라는 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어디 가시는데요?”라고 하자 이것저것도 사야 하고 집에 먹을 것이 없어요.”라는 노인의 말을 들으며 그럼 택시를 불러드릴까요?”라고 하자 그럼 돈 줘야 하잖아요내가 돈이 어디 있어요?”라고 한다어떻게 해야 하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그러나 갈 수가 없었다사무실 안으로 예약 손님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전화벨이 울린다할머니였다그러나 나는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내 몸이 둘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예진회 대표 박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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