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좋은 것을 주시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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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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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얼마나 좋은 것을 주시려는지.

관리자 0 3414

글쓴이 박춘선


저 녀석은 잠도 없는지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건만, 딱딱거리며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로 새벽잠을 깨운다. 봄은 봄이건만 아직도 쌀쌀한 날씨 덕분에 아직 두꺼운 겨울옷을 벗지 못한다. 잔뜩 웅크리고 새로 사서 뒤뜰에 심은 매실나무와 감나무에 물을 뿌리며 보니 어느덧 새싹들이 땅을 비집고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언니, 우리 언제 나물 캐러가자.”라던 누군가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그래 봄나물 뜯을 때가 다 되었는가 보다.”라며 생각해 보니, 나물이라는것도 알아야 캐지 나물인지 뭔지도 모르고 잘못 캐다 먹고 독풀을 먹고 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웃는다. 이제 곧 고향 산등성이에는 진달래가 곱게 피겠지! 연분홍 진달래가 하늘거리며 산등성이에 잔뜩 꽃물을 퍼트릴 때면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웠던 고향, 바구니를 겨드랑이에 메고 칼 하나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물을 캐곤 했는데, 이젠 그런 것도 그저 추억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쑥과 질경이 그리고 민들레 외엔 아무것도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오직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에구! 나물이고 진달래고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고향에 대한향수가 아니라, 새로 이사 가야 할 장소를 찾는 것이다. 찾아지겠지, 마땅한 장소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요즘은 빌딩 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주님, 소원컨대 빌딩 하나만 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중얼거리는 내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동동거리며 뛰어다녀 봐야 별로 뾰족한 수도 없건마는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이라는 녀석을 가슴에 꼭 품고 이리저리 발버둥 치며 뛰어다닌다.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을 것이다. 주님께서보시기에 아름다운 일이라면 분명 절망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어 나간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걱정은 한쪽 가슴에 묻어두고 아직 언 땅 언저리 어딘가에 숨어 있을 나물을 찾아본다. 쑥은 너무 어려 캐기가 죄송하고, 별다른 푸성귀가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면 아직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멀리 있는가 보다. 잎사귀 하나 없는 매실은 언제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려는지, 감은 언제 따 먹어보려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적어도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벌써 3월도 한 주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이 빨리 흘러간다고 느끼는 것은 이제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징조인가 보다. 그래도 늙어서 꼬부랑 할멈이 된다 해도 우리 이웃을 위해 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희망의 끄나풀인 것 같다. 나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 그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어 주고 삶에희망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훈풍이 불면, 아니 노란 개나리가 피고 튤립 꽃망울이솟아오르면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을 우리가 머물 수 있는 그곳이 빨리 나타나 주겠지. 아니야 더 빨리 나타나 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좋은 것을 주시려고 내 속을 이리도 애태우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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