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는 사람들
요즘 들어 신호 대기 중인 운전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상자 한쪽을 잘라 “도와주세요. 직업도 없고 갈 곳도 없습니다.” 또는 “전쟁에 참여했던 퇴역 군인이다. 도와 달라.”라는 여러 가지 문구를 만들어 구걸하는 사람이 곳곳에 서 있다. 그중에는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아이들이 굶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어떤 남자는“아이가 세 명 있습니다. 아내는 죽고 없고 저 혼자 아이들을 키우자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도와주세요.”라며 옷 소매로 눈물을 닦는 모습도 보였다. 그들을 보며 생활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버는 돈이 적어 생활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과연 얼마를 벌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일단은 너무 비싼 월세 때문에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몇 푼 벌어 월세 내고 나면, 정말 살아갈 방법이 까마득하다. 전에 어떤 노숙자가 찾아왔다. 옷은 오랫동안 세탁하지 않아 반들거렸고 수염은 턱까지 길렀고 게다가 콧수염은 그가 말할 때마다 풀풀 거리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제가 컴퓨터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찾아왔는데 컴퓨터를 배울 수 있을까요?”라고 하더니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라며 주머니에서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약$2000 달러쯤 되는 돈을 한 움큼 내보였다. 사실 노숙자를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노숙자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영광(?) 같은 것을 느끼며 그에게 “왜 노숙을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보이던 그가 “내가 어떤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내가 그놈만 잡으면”이라고 하더니 손가락으로 목을 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저런 말을 할까를 생각할 가치가 없었다. 들어줄 사람이 있어서 그는 신나게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행동에 따라 신나게 춤추고 있는 그의 콧수염만 바라보았다.그는 한참 동안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더니 “컴퓨터 배우는 데 얼마를 드려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컴퓨터 배우시려면 일단, 오실 때는 머리 깨끗이 감고 깨끗한 옷으로 입으세요. 어찌 되었든 많은 사람과 함께 공부하는 건데 그런 모습으로 오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라고 하자 그가 기겁하면서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옷을 깨끗하게 입고 머리 감고 있는 것 사람들이 보면 다음에 돈을 주지 않습니다.”라며 “제가 한쪽에 조용하게 앉아 공부할 테니 양해해 주세요.”라고 하였다. 나는 결국 그에게 “그런 모습으로 오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 나서 그를 보냈고 그는 옷을 갈아입기 싫어서였는지 아니면 머리 감기가 싫어서였는지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다 들어보면 어찌 안타까운 사연이 없을 수 있을까마는 정말 삶이 어려워 결국 구걸이라도 해야 할 처지라면 이해까지 해 볼 수 있으련만,복수를 위해 그렇게 산다는 그 사람의 말을 듣다 보니 “정신이 나갔군”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느 가게 앞에 중동인 부부가 어린아이를 안고 서 있었다.아이는 까만 눈으로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칭얼대고 있을 때 내가 지나가자 아이 엄마가 “도와주세요. 돈이 없어 아이 우유 살 돈이 없답니다. 남편이 직장을 구하고 있는데 쉽게 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라며 나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데 칭얼거리던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빙긋이 미소짓고 있었다. 천사였다. 나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녀의 손에 지폐 한 장을 건네주었다. 아이 엄마가 “고맙다.”라며 내 손을 잡았고 아이의 아빠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어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아이가 배가 고프다는 그 말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여인이 찾아왔다. 한국에 있는 남편을 보러 가기 위해 비행기 표를 샀는데 어쩌다 보니 여권이 빨리 나오지 않아 갈 날짜를 연기해야 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168을 줄 수 없나요?”라고 하였다. “남편에게 보내 달라고 하세요?”라고 하자 “남편에게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큰일 나요.”라고 하였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쓸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그녀가 “그러면 저는 어쩌나요?”라고 하였다.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그건 당신의 사정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단 말인가, 그러나 또한 오죽하면 남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하면 모두 다 그들만의 사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들어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그러나 그들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삶이 더 어려워진 모양이다. 언제나 그들에게 평화의 날이 올 수 있을까?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예진회 대표 박춘선
예진회 봉사센터 웹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