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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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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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수박 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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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선


봄인가 했는데 어느덧 여름이 다가와 있었다. 등에 배는 땀 줄기가 벌써 석연치 않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땀을흘려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연세 드신 노인들은 그래도 겨울보단 여름이 더 좋다고 하는데, 무더위가 아직은 반갑지 않은 나는 아직 높은 연세를 들지 않아서인 것 같다.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수박이 아직 맛이 없다며 시큰둥해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고향 향수에 젖어버린다. 큰 벌판에 심어 놓은 수박 서리를 막기 위해 원두막에 앉아 모기를쫓고 있노라면 어느덧 해가 기울고 캄캄한 원두막 속에 앉아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어린 딸들은 앉혀놓고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늘 귀신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무서워 집에도 가지 못하고아버지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무서움에 떨던 그 어린 시절이 왜 이리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아무리 둘러보고 또 둘러보아도 아득한 그 시절은 결코 다시 내 곁에 돌아오지 않는다. 수박 한 조각이 가져다주는 그 추억에 잠겨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고 그 고향 언덕이 그리운 것은 나 혼자만의 알콩달콩한 추억만은 아닐 것이다. 언제한번 또 가 볼 수 있을까, 언제 그런 애틋한 향수의 멋을 다시 또 만나 볼 수 있을까, 그 추억이 그리워 장독대도 만들고, 텃밭도 만들고, 무궁화도 한 그루 심고, 노란 개나리도 피워보지만, 그때 그 시절의 따뜻한 맛을 느낄 수 없는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리밥에 열무김치 얹어 먹고 여름이면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콩국수도 만들어 먹어 보지만, 아무리 먹고 또 먹어 보아도 그 옛날 고향에서 먹던 그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저녁이며 모기를 쫓는다며 피워 놓은 모닥불에 감자를 구워 먹으며 입가가 새까맣게 물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불 속을 뒤적이던 어린 시절, “내가 이젠 늙어서 그런지 자꾸만 곧 죽게 될 것 같아 불안해요.”라고 말씀하시는 노인께,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 것인데 왜 그런 쓸데없는 말씀을 하세요.”라고 했더니, “한국에 가서 고향이나 한번 둘러보고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시며, 변해 버린 그 고향이라도 한 번 꼭 가 보고 싶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 내가 살던고향, 그곳엔 내가 뛰어다니던 동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부모님 산소도 있는데 그곳을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것이소원이라며 옛 추억으로 눈망울을 적신다. 가실 수야 있겠지만, 삶이라는 것이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있는 것도 아니니 마음만 고향에 묻고 또 한나절을 보낸다. 신작로를 따라 걷다 졸졸 흐르는 냇가를 뛰어다니며 고기를 잡던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저녁을 먹곤 했지요.”라시는 노인,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나이 든 탓이겠지요.”라며 웃으신다. 나이가 들어서 가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옛 추억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그다지 머나먼 길을 걸어온 인생도 아니건만,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고향의 추억 속을 더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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