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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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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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딱 한점

관리자 0 5015

딱 정말 딱 한 점밖에 먹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딱 한 점이 그만 균이 되어 온몸에 퍼졌다. 지난번 한국에 잠깐 갔을 때, 조카가 가져온 생선회 한 점을 먹은 것이 탈이 되어 식중독에 걸리고 말았다. 해야 할 일은 태산 같았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 자리에 누워 열흘 동안 입으로 쏟아내고 설사를 해 대고 있으니 ‘왜 왔던가?’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름 음식은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야말로 생선회 딱 한 점이 나에게 이토록 큰 고통을 안겨줄 줄 누가 알았을까? 생선회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한국에 오셨으니 싱싱한 회 드세요.”라고 말하는 조카의 성의가 고마워 딱 한 점 먹은 것이 이렇게 큰 탈이 날 줄 누가 알았던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름엔 모든 음식은 익혀 먹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링거를 두 대나 맞았지만, 그것도 다 헛것이었다. 음식을 먹을 수 없어 과일 주스를 만들어 마시며 돌아가시기 전에 음식을 먹지 못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커다란 눈만 껌벅이던 둘째 형부가 생각나서 “이러다 사람이 죽는가 보다. 먹지 못하니 어떻게 살겠어?”라고 중얼거리자 “죽어도 집에 가서 죽어야지 여기서 죽으면 내가 영어도 모르는데 형부한테 뭐라고 해?”라는 동생의 말을 들으며 “그래 죽어도 우리 집에 가서 죽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대답한다. 그래! 죽는 것도 아무 데서 죽으면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으니 자리 잘 잡고 죽어야지 엉뚱한 곳에서 죽으면 그것은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큰 폐가 될 것이다. 어찌 되었건 다행히 그곳에서 죽지 않고 왔으니 동생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거의 열흘 동안 굶고도 살았는데 혹여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공항 식당에 들러 비빔밥을 시켜 꾸역꾸역 입으로 들이밀었다. 그러자 종업원이 “밥을 좀 더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공항을 찾은 여행객이 허기질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손님이 너무 열심히 밥을 먹는 모습이 조금 의아해 보였나 보다. 비행기 안에서 잠이 쏟아졌지만, 죽는 것도 자리 잘 잡고 죽어야 할 것 같아 눈을 붙이지 못했다. 이래저래 두 주일의 여행 기간을 넘기고 나는 죽어도 제대로 된 우리 집에서 잘 죽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음식을 조금씩 먹다 보니 기운이 생기고 몸도 서서히 추슬렀으니 이제부터 잘 죽기 위해 살기보단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며칠 전, 뉴스를 듣다 보니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차에 둔 일을 깜빡 잊고 일하고 나오니 어린아이는 무더위에 질식사를 당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 어쩌다 아들이 차 안에 있다는 것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 탓입니다.”라며 눈물을 흘렸지만,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어린 것이 차 안에서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었다는 것이 더 아팠다. 어찌 자신의 어린아이가 차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본다. 나이가 많건 적건 죽음은 슬프다고 말한다. 그 아이의 생명이 거기까지였을까? 얼마든지 더 오랜 세월을 행복하게 살았을 어린아이는 무지한 아버지의 무관심 때문에 생명을 잃었다. 아무리 넘고 또 넘어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끝이 없다. 세상이라는 곳에 태어나 아름다운 삶은 마무리 하지 못할지언정 익히지 않은 생선 한 점 때문에 죽을 수도 있고 부모의 실수로 아이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태어난 이 세상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 오늘은 비록 힘든 하루였으나 내일은 우리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따끈한 태양을 온몸에 받으며 미소를 흘릴 수 있을 것이다. 미움이 없는 세상살이, 원망할 일이 없는 그런 세상살이, 오늘 하루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누구를 위해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사는 그런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행복하면 모두가 다 행복할 것이오. 내가 기쁘지 않으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불행해 보일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지 마라. 언젠가는 떠날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제대로 잘살아보고 잘 죽기 위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 뿐이다. 먼동이 트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그리고 눈을 들어 아직도 내 심장 소리가 내 가슴을 울릴 때 한숨을 쉬기보단 감사하며 사는 그런 날들이 되기를 빌어본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 ykcs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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