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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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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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개떡같은 세상

관리자 0 3605

글쓴이 박춘선

 

“나가, 참말로 속이 상혀 죽겠당께”라고 하는 할머니의 긴 한숨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왜, 그러세요?"라고 물었더니. "나가,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하도 답답혀서, 바쁘신 줄 알고 또 미안헌 줄 알민서 두 이렇게 전화를 혔는디.”라며 말끝을 흐린다. "왜?. 무슨 일이세요?.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니면 뭐 걱정거리라도 생겼어요.?"라고 계속 여쭤 보았지만, 할머니는 한숨만 내 쉬며 쉽게 말씀을 못 한다. 그러더니 "지가 쬐께 죄송혀지만, 시간 있으면 우리 집에 쪼깨 오실 수 없으셔?"라고 한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할머니 지금 제가 집에 가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내일 아침에 들르면 안 될까요?”라고 했더니. "급현 건 아닝께로 낼 와도 괜찮혀"라고 한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가 사시는 아파트로 가 “할머니. 무슨 일이세요?”라고 묻자, “이리 쪼까 좀 앉아 보시요. 나가 참말로 답답혀서. 나가 이런 말을 혀면 워찌 생각허실랑가 모르겠지만서두, 사람이 세상 살아가는 거이 참말로 개떡 같당께.”라며 긴 한숨을 내 쉬더니, “나가 딸 하나가 한국에 있는디 잘 살지를 못 한당께로, 그거이 늘 맴이 걸리는디, 몸꺼정 아픈가 벼. 내 헌티 자세히 말은 안 허는디. 나가 참말로 못 살겄당께로” 할머니의 사연은 한국에 있는 딸 하나가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는 데다 큰 병이 난 것 같다는 것이다. “무슨 병인데요? 어디가 아픈데요?”라고 하자, “모른당께. 말을 안 혀, 나가 돈이 있어야 가 볼 꺼인디. 배운 거이 있능가, 운전을 헐 줄 아능가, 거기다, 늙어 빠징께로 누가 써 주지도 않는당께로. 나가 하도 답답혀서 바쁜 줄 잘 암시로 하소연이라도 헐까 싶어 전화했어라.”라는 할머니의 얼굴에 잡힌 주름이 오늘따라 더 깊게 느껴진다. “그럼 여기 있는 아들이나 딸한테 비행기 표 하나 사 달라고 하세요.”라는 무책임한 말이 내 입에서 툭 터져 나온다. “여기 야들도 다 저 먹고살기 바쁜 줄 뻔히 아는디 그런 말이 어디 그리 쉽게 나오간디.”라는 할머니가 “나가, 다른 건 다 몰라도 기도 하나는 증말 기가 막히게 잘허는  디, 하느님이 있는지 없는지 당최 들어 주시지를 안능당께.”라는 할머니께 “기도를 하시는데 맨날 뭘 달라고만 하시니까 그렇지요. 사람들이 하는 기도라는 게, 대부분, 자식 잘되게 해 달라, 잘 살게 해 달라, 건강하게 해 달라, 등등, 그래서 하느님이 너무 바빠 다 못 들어 주시는 모양입니다.”라는 말로 잠깐 웃음을 꺼내본다. 그러나 그런 웃음도 잠깐, 할머니의 얼굴에 또다시 그늘이 진다. “그 말씀이 백번 옳아 옳은디. 기도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거여.”라고 묻는 노인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다. “글쎄요, 지금까지는 자식들 위해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셨으니,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시는 게 어떨까요? ‘주님께서 저를 통하여 이 세상에 자식들을 보내주셔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주님께 이 자식들을 모두 맡겨 드릴 테니 알아서 잘 보살펴 주십시요.’라고 하세요. 그리고 자꾸 하느님한테 달라고만 하시지 말고 이젠 나를 봉헌하는 삶을 사신다면 주님께서 훨씬 더 기뻐하실 겁니다.”라고 하자, “봉헌이 뭐 간디요?”라고 하신다. “나를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월렐레, 나가 주고 잡혀도 개뿔이나 뭐가 있어야 주든가 말든가 혀지.”라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원래 개한테는 뿔이 없으니 주고 싶어도 개뿔은 드릴 수가 없지요. 그러니 없는 개뿔 드리려고 헛고생하지 마시고, 내 고통, 내 즐거움, 내 행복, 내 자식, 내 삶. 내 기쁨, 그리고 나의 아픔까지도 모두 주님께 의탁하고 맡기세요. 그러면 훨씬 편할 겁니다. 이 세상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달라고 하기 전에 주님께 드릴 수만 있다면 모두 드리고 맡겨 버리세요. 뭐하러 귀찮게 속에 다 쌓아 두시고 걱정하세요?”라며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신앙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한참 동안 할머니의 마음을 위로랍시고 해 주고 일어서는데. 할머니께서 또 "허이구 참으로 세상 사는 게 개떡같당께로" 하기에. “할머니 세상 사는 것이 개떡 같으니까 살 맛이 나는 겁니다. 구수한 개떡이 얼마나 맛있어요? 달콤한 케이크보다 열 배는 더 낫겠다.”라고 하니 할머니가 "사람만 좋은 줄 알았더니 사람 웃기는 재주도 있구마"라며 얼굴 가득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한참 운전을 하고 있는데 “나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씀이 꼭 맞는 것 같혀, 그렇게 하느님께 다 털어내고 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당께로. 바쁜데 오셔서 감사혀고, 다음에 맛있는 점심 사 줄팅께로 꼭 오셔?”라며 껄껄 웃는 웃음소리가 공허하다. “알았어요, 맛있는 것 많이 사 주세요.”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연세 드신 어른들은 늘 말씀하시기를 자신의 일생을 책으로 엮으면 수십 권의 소설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세상 수십 평생을 살아가면서 겪었던 사연들이 몇십 권의 소설이 안 될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자신의 삶이 더욱더 기구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직도 그들보다 더 낮은 사람, 더 가난한 사람, 그리고 더 핍박받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못 만난 탓도 있으리라. 고통은 너의 것, 행복은 나의 것이 아닌, 고통도 평화도, 행복도 아픔도 모두 주님께 의탁하면 나의 삶이 덜 고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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