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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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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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여우

관리자 0 6947

아무리 가라고 쫓아도  녀석은 꿈쩍하지 않고 나무 그늘에 배를 깔고 놀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나더니 이곳저곳에 코를 대며 무엇인가를 찾다가 다시 또 나무 그늘에 눕는다. 숨도 쉬기 어려운 뜨거운 무더위에 그 녀석을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집으로 오니 집 앞 정원에 그 녀석이 무언가를 찾는 듯 숲을 헤집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하여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여우! 누런색의 옷을 입고 동네를 떠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여우, 혹여 목이 말라 마실 것을 찾는 것은 아닐까 하여 정원 가운데에 물 한 동이를 부어 놓았다. 그리고 가게에 들러 여우에게 주려고 닭 다리 8개를 준비하였는데 그 녀석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없다. 물동이 옆에 놓으면 와서 먹을 수 있겠지만, 뜨거운 무더위에 금방 상해 버릴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우를 기다리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까? ‘엉뚱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더위에 굶주리고목말라 하는 여우가 가여워 나는 닭 다리를 준비해 놓고 여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남편은 “왜 닭 다리로 요리도 하지 않으면서 냉동실에 넣지 않느냐?”라고 한다. 여우에게 주려고 여우를 기다린다고 하면 뭐라고 할 것 같아 대답을 회피한다. 그러나 어느 날 여우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 기뻐할 그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나는 오늘도 창밖을 내다보며 여우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린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리고 만남이란 항상 행복하고 기쁜 것이다. 나에게 찾아올 행복은 부귀영화가 아닌 병으로 고통 속에 있는 사람, 삶이 너무 고달파 처진 어깨를 들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이민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그들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줄 수 있음은 그 무엇보다 더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이다. 그저께도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 내일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오늘처럼 창밖을 내다보며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랑은 서로 나누는 것이다. 나에게 준 은혜는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웃과 함께 나누라고 주신 주님의 크나큰 은총이다. 너와 나에게 닥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음은 감사일 수밖에 없기에 받는 그 사람보다 나누는 우리의 행복이 더 크다. 아침에 나오며 물통을 들여다보니 그 녀석이 왔다 갔는지 물이 많이 비워있다. 아마 갈증에 허덕이는 목을 축일 수 있는 샘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 녀석은 다시 또 우리 집 정원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내 눈에 띄려나! 언제쯤 배고픈 여우에게 닭 다리를 건네어 허기진 배를 채우게 할꼬!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냉장고 안에 고이 간직해 둔 여덟 개의 닭다리를  먹일 그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그 녀석도 행복해하겠지? 그 녀석이 행복하면 나도 기쁠 텐데 그 녀석을 볼 수 있는 그날이 언제 오려는지!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땅이 꺼질세라 방~방 뛰며 기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새날을 맞을 것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 ykcs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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