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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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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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꽃길

관리자 0 6539

먹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고 만들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고 가자니 걸리지 않는 다리가 아파 갈 수가 없었다. 걸을 수 없는 두 다리를 두 지팡이에 의지하고 우리를 기다리던 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밥에 김치를 얹어 먹고 싶어 하는 수 없이 연락했다.”라고 말하던 노인에게 쌀과 라면 그리고 김치와 각종 반찬거리를 부엌에 갖다 놓으니 노인은 또다시 하얀 눈물을 흘린다. 먹자고 하는 삶, 먹어야 살 수 있는 삶, 그러나 먹을 것을 먹을 수 없는 것은 슬픔이기에  앞서 서러움이다. 나는 아주 매운 고추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한국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타바스코소스를 가방에 넣고 다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긴 지금도 우리 집에 타바스코소스가 항상 떨어지지 않는다. 돈이 없어 먹을 수 없다면 포기라도 하련만, 구할 수 없는 우리나라 음식이 별로 없어 고통 속에 살았다. 그것이 원인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매운맛을 너무 사랑해 매운 고추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 또한, 김치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김치 맛을 잃었는지 김치는 별로 흥미가 없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어 서럽다는 말이 어찌 보면 별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심정을 알지 못한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다면 그림으로라도 볼 수 있겠지만, 먹을 수 없는 서러움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아픔이었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항상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고 어느 날 갑자기 불구의 몸이 되어 마음껏 뛸 수 없는 몸이 되었을 때 절망한다. 어느 분이 “작년까지도 정말 하늘을 날아다니듯 건강했어요. 그러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몸이 마비되는 듯하더니 그만 중풍이 와서 이렇게 꼼짝없이 누워 지냅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마음은 지금도 어디라도 갈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많건만, 한쪽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꿈도 희망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 어찌 세상살이가 살 만한 세상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뇨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뛰고 싶어도 힘없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리 사랑하며 살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것도 헛꿈이 되어버린다. 어느 노인이 ‘제가 건강 하나는 타고났어요. 아픈 곳이 없어요.”라고 하기에 “그래도 열심히 병원 다니면서 건강 검진하세요.”라고 하니 “병원 갈 일이 없어요. 아픈 데도 없는데 뭐하러 쓸데없이 병원을 갑니까?”라고 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속이 메슥거리고 소화가 되지 않아 소화제만 열심히 먹었다. 소화제를 먹으면 잠시 괜찮은 듯했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속이 더부룩하여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건강에 자신 있다고 말하던 노인의 병명은 위암이었다. 수술하였지만, 다시 재발하여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내가 암 환자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노인에게 “걱정하지 마세요. 요즘 흔한 것이 암이잖아요, 괜찮을 거예요.”라고 위로했지만,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노인에게 희망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결국 노인은 먼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노인이 떠나기 전, “나에게 소원이 있다면 얼큰한 매운탕에 소주 한잔하고 싶어요.”라고 하였지만 결국 그 소원 하나 이루지 못한 채 먼 곳으로 떠난 노인, 죽으니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가면 남는 게 무엇일까? 없었다. 자식도 형제도 그리고 친구도 내가 살아있을 때의 것이지 죽고 난 들 그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는 늙어간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으로 자꾸 다가가고 있을 뿐이다. 삶이 어려운 것은 헤쳐나갈 수 있겠지만,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은 답답하고 힘든 일이다. “김치에 밥 한술 먹었으면 정말 좋겠어요.”라고 하던 노인의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그 흔해 빠진 김치, 널려 있는 게 쌀인데 거동이 불편해 먹을 수 없어 서러운 노인, 이제 흰 쌀밥에 김치 한 조각 얹어 맛있게 드셨겠지? 꽃길만 걸을 것 같던 인생은 어느 날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의 길을 걷게 될 줄 누가 알았으리! 그래도 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 ykcs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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