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가책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홈 > 커뮤니티 >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양심의 가책

관리자 0 6456

작년,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던 것 같다.  50대 중반 부부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걸쭉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우리가 영주권을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영주 귀국을 하려고 하는데요, 문제가 좀 있습니다”라고 시작한 두 부부는 몇 군데의 신용 회사에 빚을 지고 있는데 ‘그것을 갚아야 할까요? 아니면 갚지 않아도 될까요?’라는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 빚을 갚으려니 갚을 돈도 없으려니와 앞으로 영영 돌아오지 않을 나라인데, 굳이 그것을 꼭 갚고 나가야 할 까닭이 무에 있겠느냐?’라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갚지 않아도 된다’라는 이유였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참으로 무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대체 빚이 얼마인데요?”라고 물으니 여자가 “$15,000밖에 안 돼요.”라고 하더니 무안했던지 배시시 웃으며, “물론 갚는 게 원칙이겠지만”, 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동안 남의 것을 가지고 잘도 살았을 것이다. 남의 것으로 집세를 내고 따뜻하게 지냈을 것이요, 배불리 먹었을 것이고, 예쁘게 꾸미고 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영영 안 볼 처지이니 그냥 간들 ‘어쩔 것인가’라고 하는 말을 하는 것 같아 어쩐지 얄미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럼 그냥 가면 되지 뭐가 알고 싶어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혹시,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여 걱정되었다.”라는 것이 그들이 하는 대답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양심에 가책은 없을까요? 지금 이 세상에서는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세상에 가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며 속없는 사람처럼 웃었더니, “저희도 양심은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라고 대답하는 그들이 딱해 보였다. 내가 ‘갚아라, 갚지 말아라’ 할 처지도 아니고, 하여 “한국에 가시더라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갚을 수 있으면 갚으세요. 두 번 다시 밟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사람일, 세상일이 어디 그렇습니까?”라고 했더니, “이제, 장모님도 돌아가시고 두 번 다시 올 일은 없을 거예요”라며 입맛을 쩍쩍 다시더니 사무실을 나갔다. 며칠 전, 어느 사람이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으로 영주귀국을 하려 하는데, 신용카드  빚을 갚아야 할까요? 아니면 갚지 않아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카드빚이 얼만데요?”라고 묻자, “한 $60,000 정도 되는데, 갚을 능력도 없고, 그래서 그냥 가려고 하는데, 혹시 나중에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요?”라고 묻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돈이라고  마구 써 대고는 그대로 달아나겠다는 그 심보들을 어찌한단 말인가? 이러한 문제로 상담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내가 법조인이 아니라서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마디로 결론을 낸다면, 그것은 바로 犯罪이다. 단 몇천 달러도 아니고, 수만 달러나 되는 남의 돈을 꿀꺽 삼키고 꼭꼭 숨어버리겠다는 것이야말로 도둑이요, 사기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 한국으로 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건데요? ”라고 말하는 그들, 어떤 노인은 “영주권을 신청하는 데 드는 비용이 $7,000이라고 하면서, 선금으로 $3,000을 달라고 해서 줬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서류가 미비해서 다음에 하겠다고 했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그의 목소리엔 걱정이 가득했다. “뭐라고 하면서 안 주겠다던가요?”라고 물으니, “그냥 돌려줄 수 없다고만 하네요”라고 했다. “하긴 다 돌려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러면 그동안 변호사가 일 한 대가를 제하고 돌려 달라고 하세요, 그래도 못 돌려주겠다고 하면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남의 돈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 미국에 좀 더 일찍 온 것이 뭐 그리 대수이고, 영어를 좀 더 잘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두 번 다시 마시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우물에 침을 뱉은 사람이 다시 돌아와 그 우물물을 마셨다고 했던가? 벌써 몇 번째, 마땅히 돌려주어야 할 돈을 주지 않아 애태우는 사람들에게 그런 돈을 받아 주었는지 모른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떼어먹고 떼이고 울고, 애태우고 억울해하며 살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세상이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남의 것을 탐내고 도망치려 하는지, 더구나 그들이 같은 한국인일 때, 심한 부끄럼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고 싶다. 남의 것은 보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그것은 누군가가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노동하며 번 누군가의 것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알아야 한다. 도덕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 ykcsc.net

0 Comments
SUB MENU
State
  • 현재 접속자 18 명
  • 오늘 방문자 986 명
  • 어제 방문자 951 명
  • 최대 방문자 2,756 명
  • 전체 방문자 978,24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