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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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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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우리가 있잖아!

관리자 0 5805

“타닥”하고 무엇인가가 창문을 세차게 후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창문을 바라보니 손바닥만 한 아기 새 한 마리가 창문에 딱 달라붙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짙은 밤색과 흰색, 그리고 검은색이 한데 어우러진 색깔의 옷을 입고, 머리 한쪽엔 노란 방울 같은 점을 달고 있었다. 작은 두 다리를 창문에 대고 갸웃거리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예쁘다. “넌 왜 여기에 왔니?”라고 물으며 가까이 머리를 들이미는 데도 앳되게 생긴 새 한 마리는 그저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박 씨 하나 물어온 것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새 주둥이를 보니 입에는 아무것도 물려있지 않았다. 그렇게 약 오 분 정도 앉아 있던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가 휴식을 다 취했는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렸다.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셀 수 없는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 있는데 작은 새 한 마리는 왜 여기에 왔던 것일까? 그렇게 작은 새 한 마리는 왠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만난 듯 나에게 작은 기쁨을 안겨주고 가 버렸다. 우리는 왜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 이 자리에 이 모습으로 왜 우리는 서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살기 위해 먹는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미묘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그 무엇인가의 뜻이 있기에 우리는 이렇게 여기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한평생 폼나게 살아봐야 인생살이 겨우 100년, 건강이 최고라며 최고라는 비타민 챙겨 먹느라 바쁘고, ‘그래도 잘 먹어야 한다.’라며 그저 먹는 것에 열중하다 보니 가죽보다 살이 너무 찌다 보니 이젠 ‘살 빼야 한다.’라며 운동하러 다니고 다이어트하느라 바쁘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내다 쇠고랑 차기 바쁘고, 그래도 명예 하나 얻으려고 여기저기 쏘다니다 돈 다 까먹고 난 후, 되돌아보니 남은 건 이제 갈 날만 기다리는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살려고 여기까지 걸어왔던 것일까?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침이었다. 작은 새 한 마리는 왜 여기에 와 있었을까? 그냥 지나다 잠시 앉아 쉬고 있었던 것이었겠지, 무엇 때문에 살아가든 아직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집을 나선다.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나, 오늘은 누구를 만나려나! 그리고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아마 모르긴 해도 어제도 그저께도 그렇게 살았던 것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인생살이를 이야기할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자 밤거리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이집 저집 무슨 내기라도 하는 양 오색찬란한 성탄을 알리는 불빛이 요란스럽다. 별안간 찾아든 매서운 냉기가 몸속으로 파고들어도 동네 한 바퀴 돌며 아름다운 불빛을 감상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 이렇게 기쁜 성탄이 다가오건만 성탄절을 기쁘게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백화점마다 선물 고르느라 바쁜 사람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고개를 돌리는 사람은 바로 삶의 어려움으로 한숨만 내쉬는 우리 이웃이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 남편 없이 병든 자식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 따뜻한 겨울옷 한 벌은커녕 어린 자녀가 좋아하는 장난감 하나 사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쩌랴! 그들의 고된 삶이 아픔으로 파고든다. 성탄이라고, 예수님이 온다고 어려운 생활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더 멋들어진 삶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니 그들에게 있어 성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작은 새 한 마리도 엄마 곁으로 날아가건만,가족에게 전해 줄 선물 하나 장만하지 옷 한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날은 자꾸 추워지는데 그들은 어떻게 이 추운 겨울을 지내려는가! “그래도 걱정하지 마! 우리가 있잖아.”라고 말은 하지만, 그들의 텅 빈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다.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도 혹독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텐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쌀쌀해진 겨울의 찬 바람만 불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그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줄 사람이 없다. 


예진 회봉사센터 웹 ykcs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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