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은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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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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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늙음은 아름다운 것

관리자 0 6368

이제 찬 바람이 살갗을 에인다. 그동안 겨울치곤 너무 따뜻한 날씨 겨울이 끝났나 했지만, 정작 추위는 이제부터인가 보다. 가끔 천성적 또는 어떤 사고로 청력을 잃고 시각을 잃고 또는 몸의 균형을 잃고 장애를 겪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 하나만 잃어도 불편하기 이를 데 없건만, 그것을 잘 극복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대견스럽다. 원래 갖출 것 다 갖추고 살아도 무언가 늘 모자란 듯한 게 아니던가! 어느 노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노인은 이제 높은 나이 때문에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거야 늙으면 다 오는 현상이지만, 묻는 말에 대답해도 들리지 않는다고 자꾸 묻고 또 묻고 한다.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조용하게 말을 해도 “뭔 말인지 도대체 들리지를 않아요.”라고 한다. 우짜노? 결국 대화를 할 수 없어 전화를 놓고 말았다. 그러나 전화기를 놓자 다시 또 전화를 건 노인, 주소라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거기가 어딘지 몰라도 가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부모가 또는 형제가 그런 장애가 있을 때 조금만 시간을 내어 자주 찾아보고 돌보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죽기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만난 분이 “몇 년 전만 해도 곱고 예쁘던데 이젠 나이가 들으니 눈가에 주름살이 피었네.”라며 웃었다. 정말 내가 그렇게 늙었을까? 뚱딴지같은 생각에 옛날 사진과 지금의 내 모습을 들여다보니 정말 나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나 보다. 늙는다는 것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몫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부모님만이 노인이 되고 부모님만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덧 그 늙음의 몫이 나의 것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나는 그저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스럽고 젊은 딸로만 살 것이라고 왜 그렇게 믿고 살았을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병들고 늙어 죽어가지만, 나만은 절대 늙지 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았던 꿈은 사라지고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것이 어쩐지 슬프고 안타깝고 속이 상한다. 어떤 분은 “신문에 나온 사진은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직접 보니까 무척 젊네요.”라는 그 말을 듣고 깔깔대며 좋아하며 위로 삼는 내가 아직은 늙은 철부지 같다. 언니가 나이 약 사십 대 중반이었을 때 “나도 이젠 늙었나 봐, 어째 옛날 노래가 좋아.”라고 했을 때, “언니는 주책이야.”라며 웃었는데 나도 이제는 새로 나온 힙합보다는 아무래도 옛노래가 가슴에 와닿는다. 요즘은 “나도 이제 이렇게 퇴직하고 보니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정말 늙어버린 것 같아요.”라며 씁쓸하게 웃는 은퇴자를 바라보며 “아직도 젊으신데요.”라고 되받는 내 말속엔 ‘맞아 그래도 나는 아직 은퇴자가 아니니 젊은 거야.’라며 어깨에 힘을 쥐어 보지만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힘없는 다리를 두 손으로 두드리며 걷는 나도 이젠 정말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가슴에 담아야 한다. 나도 좀 더 있으면 귀도 어두워지겠지? 아마 백내장 수술도 해야 할 거야! 치아는 어쩌지? 그래도 아직 튼튼하니 잘 보호하면 그래도 음식을 먹는데 지장없는 행복 하나라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노인의 전화를 받고 느끼는 바가 크다. “난 아직 괜찮아!”라고 장담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곧 다리에 힘도 없어 절뚝거리는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하며 살아갈 날도 오겠지! 우리는 모두 늙는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턴가 늙음이 추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있었기에 지금 재잘대며 깔깔거리고 웃는 어린 청년들의 미래가 되었지 아니한가! 그리고 우리가 가고 나면 저 활기에 찬 청년들이 우리의 뒤를 이어 따라오겠지?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었다. 그래도 여생을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의무도 우리에게 주어진 게 아닐까?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들고 사무실에 오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많이 아프세요?”라고 묻자 “척추 수술하고 났더니 너무 힘들어요. 수술 전보다 더 아픈 것 같아요.”라며 한숨을 내쉰다. 노인은 “거기다 할망구 먼저 가고 혼자 사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요.”라며 “내가 먼저 가야 했는데 마누라가 먼저 갔어요.”라고 한다. 먼저 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는 순서는 없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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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4208 Evergreen Lane #225 Annandale, VA 2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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