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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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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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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0 4438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차가운 우리의 손을 잡고 자신이 거처하고 있는 작은 방으로 우리를 안내한 노인에게 따끈하게 끓여 온 만둣국을 내미니 노인은 만둣국을 손으로 호호 불며 “정말 맛있겠어요. 이게 얼마 만에 먹어 보는 떡국인지 모르겠네요.”라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른다. “내일이 설이에요. 그런데 내일은 토요일이라 할 수 없이 오늘 혼자 사는 사람 몇 불러다 떡국 끓였어요.”라고 하자 “그러게요. 밥맛이 없어 아무것도 못 먹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이에요?”라고 말하는 노인의 얼굴에 밝은 빛이 돈다. 방이라고 하지만, 침대 하나와 책상 그리고 냉장고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노인은 불법체류자였다. 교회에서 주는 돈 $600을 받아 방세 $520을 주고 나면 $80달러가 남는데 “약 사 먹어야 하니까 반찬을 사 먹을 수가 없어요.”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쌀은 우리가 매달 지원해 주고 있지만, 어찌 밥 한 술만 먹고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양쪽 다리를 수술해서 걷기도 불편해 절뚝거리는 노인! 그녀의 집을 떠나오면서 생각이 깊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소꼬리를 사다 푹 고아  몇개의 밑반찬을 장만하여 노인의 집으로 향했다. 별것은 아니지만, 추운 겨울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노인이 놀란 모습으로 나타나 “이게 뭐예요?”라며 놀라워한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 반찬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한다. 반찬? 두 가지만 있어도 밥은 먹을 수 있지만, 간장이나 소금만으로 반찬은 되지 않았다. 그녀가 기뻐하니 내가 행복했고 그녀가 즐거워하니 내가 기뻤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행복이었다.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어려운 순간을 벗어날 수 있는 것만이 그들이 바라는 행복이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떡국을 먹고 난 후 무언가를 꺼내 우리에게 건넸다. 뭔가 하여 받아 보니 그것은 어느 상점의 $20짜리 쿠폰이었다. “돈이 없어서 차에 기름을 못 넣어요. 이것을 드릴 테니 현금으로 바꾸어 주면 안 될까요?”라고 한다. 아뿔싸! 배불리 먹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센터 카드로 기름을 채워주고 여기저기 탈탈 털어보니 $50 달러가 되었다. 너무 적어 미안한 마음은 가득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그것을 건네주자 그가 당혹해하며 “다음에 돈 벌면 꼭 갚을게요.”라고 한다. “그러세요. 대신 우리에게 주지 말고 본인보다 더 어려운 사람 있으면 그들에게 봉사하세요.”라는 말로 그와 헤어졌지만, 라면 두 상자를 안고 차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 아프게 마음에 머무른다. 어렵게 사는 것도 한스럽건만, 서글픈 세상을 사는 그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한없이 서글프게 마음을 헤집는다. 이제 따뜻한 봄이 되어 모든 사람이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오직 우리의 꿈이겠지만, 바로 그들이 꾸는 큰 꿈이었다. 그들은 넉넉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찬 바람 막아줄 방패막이 필요했고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밥상 하나가 그들에게 필요할 뿐이다. 그러나 언젠간 그들의 어두운 삶에도 따뜻한 햇볕이 비출 것이다. 그 따스함을 가슴으로 받으며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행복을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했고 그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줄 수 없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행복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알차고 행복한 것은 없다. 어떤 사람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는 행복에 싸여있지만, 그들은 한 개의 빵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살아간다. 누가 그랬던가! 가난은 서러움이 아니라고? 어려움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 가난은 서러움이며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멀기만 하다. “직장을 구하려고 하는 데 써주는 데가 없어요. 어떤 일이라도 시켜만 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말이죠.”라며 한숨 쉬는 그들의 얼굴에서 나오는 것은 오직 차디찬 입김이었다. “어디 식모살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라며 배시시 웃는 그 웃음은 행복의 웃음이 아닌 고난의 웃음이었다. 슬프다! 우리는 따뜻한 방안에서 뒹굴며 살지만, 그들은 따뜻한 방안에서도 한숨만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 ykcsc.net 

(후원하실 분은 웹에서 Paypal 이용) 

주소: 4208 Evergreen Lane #225 Annandale, VA 22003, 전화: 703-256-3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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