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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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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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운명

관리자 0 4087

새해를 맞이한 지 어느덧 반년의 세월을 보냈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너무 허무하게 또는 너무 야속하게 흘려보낸 지난 반년이 아닌가 싶다. 별안간 찾아든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생활 패턴이 무너지고 바뀌었다. 졌다. 평소 같으면 이미 많은 일 때문에 즐겁게 봄을 맞이하고 화단에 아름다운 꽃을 심고 텃밭엔 채소를 심으며 콧소리라도 낼 볼 만 하건만, 원래 농사꾼이 아니다 보니 평소 사다 심었던 모종을 구하기가 어려워 채소 씨앗을 뿌리니 난 것 겨우 몇 개뿐, 이래저래 밭이 허전하다. 그래도 오이와 토마토 그리고 고추가 꽃을 피우니 그것이라도 반갑고 예쁘기만 하다. 이제 서서히 바이러스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안심할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은 오직 나뿐이 아닐 것이다. 거동이 힘든 사람은 아무래도 바깥출입이 어렵다 보니 어려운 이들의 하소연이 자꾸 늘어간다. “시장을 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어요.”라고 하는 사람, “반찬이라도 사다 먹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라고 사람, “쌀이 다 떨어졌는데 라면이라도 있으면 주실 수 있나요?”라는 사람 등등의 말을 듣다 보니 별것도 아닌 일 같지만, 우리의 발길이 바쁘다. 쌀과 라면을 들고, 반찬을 장만하여 찾아가면 “매운 건 못 먹어요. 짠 것도 못 먹어요. 죽은 너무 많이 먹어서 지겨워요.”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미소뿐이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고 입맛이 다르니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도 어렵다. “무엇을 갖다 드릴까요?”라고 물으면 “글쎄요?”라고 할 뿐이다. 생각해 보니 그들은 본인이 직접 만들어 먹었던 그 맛을 못잊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별로 할 수 있는 음식도 없고, 해다 준 음식 잘못 먹고 탈이라도 나면 이래저래 일이 복잡할 것 같아 그러지 못한다. 시장은 갈 수 없어도 음식은 만들어 먹을 수 없어도 그래도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역시 돈이었다. 적지만, 반찬거리라도 장만해 먹으라고 주는 적은 돈을 받고 그들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흐를 때면 오히려 넉넉한 금액이 아니기에 민망할 뿐이다. 그런데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 주소라고 알면 찾아가 볼 텐데, 아무리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라며 답답해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들의 자녀에게 화가 난다. 분명히 자녀도 있을 터인데 자녀들은 과연 부모를 어떻게 보살피고 있는지 그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나이 들어 들리지 않고 거동도 불편하고 바깥출입도 어려운 부모에게 자식들은 어떻게 하기에 우리에게 전화해서 답답함을 호소하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한다. 메릴랜드에 사는 노인을 보살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전화도 집 전화가 아니라 휴대폰이라 주소를 찾기도 힘들다. 어떤 분이 생활이 어렵다며 도움을 청했다. 불법체류자라서 정부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그녀와 통화하다가 주소를 물으니 먼 다른 주였다. 친구의 소개로 전화했다고 했지만, 우리가 거기까지 가기엔 큰  무리였다. 사람들이 묻는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어요?”라고, 어디에 살더라도 우리가 사는 곳곳엔 멋지게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생활고를 겪으며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 그것은 하나도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내가 겪어보지 않은 어려움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들도 한때는 있는 사람같이 산 세월이 있었고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은 부를 누리고 살았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곱게 자라 좋은 학교를 나오고 꿈을 키우며 그렇게 산 세월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니 생각하지도 못한 어려움에 부닥쳐지는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항상 “내가 이렇게 살 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라고 말한다. 앞일을 알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의 삶은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잘살고 못 사는 것은 나의 탓이 아닌 운명이라고 말한다면 속된 말일까? 어쩌다 보니 우리는 지금 이렇게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운명을 거슬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 찾아든 운명은 맞이해야 할 우리의 몫이다. 잘나고 못난 사람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다 자신의 몫을 감당하며 살아갈 뿐이다. 페이팔로 후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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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수표에 ‘YKCSC’라고 명시한 후 주소 4208 Evergreen Lane #225 Annandale, VA 22003으로 보내주세요. 

문의는 703-256-3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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