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한탄 소리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홈 > 커뮤니티 >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그녀의 한탄 소리

관리자 0 2972

정든 고국을 뒤로하고 이민 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마음으로 몸으로 잘살아 보겠다라는 희망을 안고 산 산 세월, 이제 세월이 흘러 작은 집 하나 장만하고 아들딸 모두 결혼시키고 나니 어느새 몸은 늙고 머리는 희끗희끗 흰머리로 가득하다. 주름진 살에 영양 크림 좀 바른다고 뭐 그리 나아질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제 편하게 여생을 보내야 하는 게 인간의 삶이었던가! 그러나 별로 녹녹하지 않은 것도 삶이었다. 아들딸이 낳은 손주들 돌보느라 휘어진 몸 이끌고 손주들 키워놓고 보니 이젠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다. 가야 할 곳도 많았고 가고 싶은 것도 많았다. 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즐기며 살아가야 할 일도 많았지만, 알게 모르게 스며든 암 덩어리가 손 쓸 수 없이 커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인생 겨우 길어야 6개월, 한숨으로 보내는 이 한 밤이 왜 이리 길꼬? 자식들은 “왜 이렇게 되도록 병원을 안 갔어?”라고 말하지만, 그는 병원 갈 시간이 없었고 오랜 이민 생활 속에서 배운 건 오직 일 뿐이었고 영어를 모르니 자식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자식들은 허구한 날 “시간이 없다.”라는 말뿐이었다. 이제 그녀는 모든 걸 다 포기해야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글픔이 몰려들었다. “너무 억울해요. 이렇게 살다 갈 것을, 뭐하러 그토록 고생만 하고 살았는지 내가 바보 같아요.”라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어디 그 사람만이 그렇게 살았을까? 모두가 다 그렇게 바보같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가 보고 싶었던 여행도 이젠 바이러스 때문에 갈 수가 없고 아픈 몸을 이끌고 가자니 그것마저 서글픔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죽어가는 몸을 붙들고 몸부림쳐 보지만, 암 덩어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저 그의 손을 어루만지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래저래 숨 쉬는 모든 생물은 언젠가 죽어갈 뿐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쉽게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죽음을 허락하고 싶지 않은 것도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리라! 어쩌나? 어쩌지? 라고 아무리 말하고 다독거려도 죽음은 우리 곁에 항상 머물러 있음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산다. 언제 어느 때 죽음이 나를 데려갈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천, 만년 살 것처럼 그렇게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사람은 결혼하면서부터 자신들을 위한 삶을 살기보단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기 바쁘다. 자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되돌아보며 그렇게 살았더라면 억울할 별로 없으련만, 죽음을 앞두고 보니 ‘자식도 다 소용없어요.’라고 한탄한들 그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그는 별안간 찾아든 죽음보다 더 서러운 것은 “유산 상속은 어떻게 해 놓으셨어요?”라고 묻는 자식 때문에 더 서럽다고 하였다. 아무리 좋은 것이 돈이라지만, 부모가 죽고 나면 얼마의 유산이 있을까가 자식의 관심 대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서글프다. 어느덧 금년도 반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세월이 가면 너도, 나도 언젠간 다 죽을 테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지금의 인생을 기쁘고 행복하게 살다 먼 세상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하긴 그게 뭐 생각대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나도 그런 시련이 오면 저 사람처럼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식에게 남겨주려고 애쓰며 유산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을까? 있는 돈 자식에게 주기 위해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가고 싶은 곳 안 가고 모아두어야 자식이 부모를 존경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있는 것 가지고 맛있는 거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하하 호호 웃으며 사는 게 제일 잘하는 일이다. 누구를 위해서 살기보다 나를 위해 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자식을 잘 키워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다 보내면 그것으로 부모의 일은 끝이다. 그러니 나중에 “자식 믿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사람의 한탄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지만, 그가 선택한 그 길은 오직 그의 길일 뿐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에 참여하실 분은 예진회 웹 ykcsc.net의 paypa에 카드로 결제 가능, 

또는 수표에 ‘YKCSC’라고 명시한 후 주소 4208 Evergreen Lane #225 Annandale, VA 22003으로 보내주세요. 

문의는 703-256-3783.

0 Comments
SUB MENU
State
  • 현재 접속자 13 명
  • 오늘 방문자 403 명
  • 어제 방문자 1,234 명
  • 최대 방문자 2,756 명
  • 전체 방문자 1,003,686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