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 수 없는 행복
완연한 봄이다. 노란 개나리가 피더니, 노란색 학교 버스가 동참한다. 학교가 문을 여니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청에 활기가 가득하다.고요했던 지난 시간, 숨죽이며 살았던 지난날들, 이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어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곧 세상 살아갈 맛이 나는 그런 날이 곧 우리 곁에 찾아들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재앙을 내렸다.’라고 말하지만, 코로나는 우리에게 내려 온 재앙이 아닌 침묵의 시간을 가져다준 고마운 녀석인지도 모른다. 너무 어지러운 세상, 너무 시끄러운 세상 그리고 너무 더럽혀진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해 주려고 온 고마운 녀석이다. 이제 어느 정도 흐린 것이 맑게 개니 코로나도 서서히 자신이 한 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제부터 불법체류자가 사면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사면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마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암흑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인을 위한 일에 많은 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궁핍했던 그들의 지난날을 다 보상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합법적 체류만 유지할 수 있어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한인이 이민 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 가장 큰 것이 비용 문제가 아닐까 한다. 서류 작성부터 신청료,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그들이 준비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곳엔 한인을 위하여 설립한 단체가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한 단체가 한인을 위하여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끝이 없건만, 과연 누가 그들을 위하여 보탬이 되어 줄 단체가 얼마나 있을지 마음이 착잡하다. 합법적인 신분만 되다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다. 그리고 갈 곳 없어 남의 집 셋방에서 방세에 시달리며 살던 사람은 노인 아파트라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되고 후드 스탬프와 메디케이드라도 받을 수 있으니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합법적 신분을 갖기 위한 절차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영주권이 아니라도 일할 수 있는 신분만 되어도 너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의 그 마음을 누가 알까?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살아왔기에 그냥 일만 할 수 있어도 행복하다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짠해진다. “어떤 아이가 부모하고 이민 왔다가 불법이 되었어요. 그런데 시민권자와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는데 그 사람은 영주권 신청하면 될까요?”라고 묻기에 “그러면 된다.”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부모와 아들은 합법적으로 온 이민자가 아닌 밀입국자라고 하였다. 에고~ “안 됩니다. 밀입국했으면 아내가 또는 아이가 있어도 영주권을 받지 못합니다.”라고 했더니 “그럼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다.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선 나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밀입국자에겐 아무런 혜택이 주어질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이 미국의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케이스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7년 정도 머무른 후, 다시 이민 신청을 해야만 한다. 과연 그게 쉬운 일일까? 아니다. 말이 쉽지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파랗게 질린 그의 얼굴에서 희망이 사라지고 있었다. “너무 착한 사람인데 어떻게 하죠?”라고 말하는 그에게 “착한 것하고 이민법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나의 입이 방정스럽다. “그렇게 불안하게 살 바엔 차라리 한국 가서 살면 좋을 텐데요.”라고 하자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요.”라고 한다. 그럼 어쩌나? 그러면 어쩌면 좋겠니? 어쩌다 밀입국으로 아직 젊디젊은 나이에 죽을 때까지 여생을 불안과 초조 그리고 답답한 마음으로 어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밀입국도 한 번쯤 풀어줄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도해 본다. 화창한 봄날에 이 좋은 계절도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 어쩌나? 저만큼 사라져가는 그의 등 위로 봄 향기를 뿌려지고 있건만, 그의 어깨는 천길만길 축~쳐져 있다. 아! 아멘. (쌀(40파운드)와 라면 후원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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