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 그릇
드디어 새해가 밝아왔나? 정말? 그렇구나! 근데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새해는 왔는데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해와 달 그리고 별이 작년에 뜬 것과 똑같으니 새해가 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ㅠㅠㅠ 세상이 변한 게 없다. 그래도 새해가 되니 마음은 들떠 어딘가 모르게 웃음이 가득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니 좋기는 좋다. 어서 빨리 맑은 공기 시원하게 들이마시며 구수한 된장찌개에 보리밥 한 그릇 나누어 먹는 그런 날이 많기를 바란다. 매일은 아니라도 때가 되면 하나둘씩 사무실에 모여들고 우리는 찬 없는 밥이지만, 한 끼를 맛있게 먹지 않았던가! 있으면 밥이고 없으면 국수라도 삶아 먹고 그래도 없으면 라면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며 내일에 올 희망을 안고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살아오지 않았던가? 넉넉하게 잘 차려진 밥 한상은 아니라도 어려움을 잠시라도 잊으며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건만, 바이러스인지 코로나인지 알지도 못하는 못된 망나니가 찾아와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 따뜻한 밥이라도 먹고 있을까? 혹시 방세를 못 내서 추운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한 마음에 오지랖 넓게시리 전화를 걸어본다. “그 사람, 한국으로 갔어요. 너무 어려우니 그냥 한국으로 가 버렸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들으며 아린 마음을 접으며 수화기를 놓는다. “방세를 못 내서 아는 친구 집에 할 수 없이 얹혀사는데 부담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끊는다. 우는 듯한 소리로 “쌀이라도 얻었으면 하는데 가도 될까요?”라는 말을 듣고 늦게까지 기다렸지만, 그는 차가 없는지 아니면 데려다줄 사람이 없는지 오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간 오겠지? 아마 올 거야! 라는 생각으로 그가 오면 주려고 쌀과 라면을 간직해 놓았다. 힘든 상황에서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생활은 보지 않아도 슬픔이고 고통이었다. 다시 오겠다는 소식이 오면 김치라도 한 통 주어야 할 것 같다. $300 달러가 알고 보면 별것 아니지만, 어깨를 떨어뜨리며 한숨 쉬는 그에게는 큰돈이었는가 보다. 돈 봉투를 받아들고 울먹이는 그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허무를 본다. 무엇이 그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였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그토록 아픈 고달픔을 안겨주었을까? 조금만 나누면 너도, 나도 다 행복할 수 있으련만,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품는다. 그래도 이제 새해가 밝았으니 좋은 일이 있을 것이고 기쁜 날도 있을 것이다. 그날이 어서 빨리 와 주기를 고대하면서 우리는 또 이렇게 한 해를 시작한다. 오늘이 슬펐으면 내일은 기쁘리라! 오늘이 기뻤으면 내일은 더 큰 기쁨이 올 것이다. 그것이 희망이 아니겠는가? 약 사 먹을 돈이 없다는 이에게 약값을 챙겨주고 반찬이 없는 사람에게 몇 가지의 반찬을 건넸을 때 그의 얼굴에서 환한 이소를 본다. 그러나 건네는 우리의 마음은 기쁘기보단 아픔으로 채워진다. 요즘 세상에 약값을 걱정하고 반찬을 걱정하고 주유 값을 걱정하는 사람들, 세계의 최 강국이라는 미국에서 먹을 것을 걱정하는 그들을 보며 참으로 산다는 것은 ‘요지경’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라가 잘 살면 뭐 하나?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그까짓 나라에서 돈 몇 푼 받아야 한 달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삶, 한 달은 살았건만, 그들은 다시 올 그 한 달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웃자. 유행가 중에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이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예 사랑도 오지 않는데 잘 나가던 그 옛날은 또다시 오지 않는다. 그냥저냥 살다 보면 언젠간 또 좋은 날이 오겠지, 그땐 어려웠던 옛이야기 꺼내며 웃음 짓고 사는 날이 반드시 올 테니 그날을 기다리며 웃으며 살아보자! 소해인지 뭐 해인지 모르겠지만, 듬직한 소가 커다란 행운 한 보따리 지고 오는 그날을 기다려 보자꾸나! 신축년(辛丑年) 새해에도 우리 한인 모두에게 행복이 넘치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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