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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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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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칭찬

관리자 0 2521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좀처럼 사지 않는 꽃을 한 다발 가슴에 안고 줄을 서 있으니 어떤 노인이 자꾸 뒤를 돌아다 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띤다. 한국 사람인 듯싶은데 혹시 같은 한국인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그러는 것인가?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쩜 그리 꽃보다 아름답고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듯 아름다운 분이시네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칭찬을 듣는 것은 매우 기분이 째지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칭찬도 너무 지나치면 조롱받는 듯한 느낌도 받기 마련이다. 어느덧 수많은 세월을 훌쩍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무에 그리 아름다워 ‘떠오르는 보름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말은 칭찬이라기보단 어쩐지 듣는 사람 기분을 상쾌하지 못하다. 계산을 먼저 하고 난 후 노인은 밖으로 나가고 나도 계산을 서두르고 밖으로 나가니 그 노인이 생글거리며 다가와 “어쩜 그리 이쁘세요. 정말 아름다우세요.”라며 차까지 따라온다. 반갑지 않은 인사말이 너무 당혹스럽다. 말없이 차 문을 닫으려는 데 “교회는 다니세요?”라며 전 단지 한 장을 건넨다. 나도 가끔 매정한 구석이 있어 그냥 말없이 차 문을 닫고 출발하며 차창으로 바라보니 노인이 자신의 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에 주름은 가득하고 흰머리 희끗거리는 사람에게 ‘떠오르는 보름달’이라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칭찬은 좋은 것이다. 가끔 나도 모르는 사람에게 칭찬한다. 특히 아프리카 여인들의 옷차림을 보고 “당신 옷이 정말 당신에게 잘 어울리네요.”라고 하면 그들은 정말 기뻐한다. 사실 그 옷이 정말 그녀에게 잘 어울릴 수도 있고 별로일 수도 있지만,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그들에게 주는 칭찬의 한마디는 하루를 멋지게 해 줄 수 있는 기쁨의 요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만일 쪼글쪼글 주름이 가득한 쭈그렁 방탱이 노인에게 “당신은 떠오르는 보름달 같이 아름다워요.”라고 하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희롱 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교회를 알리기 위한 그 마음 어찌 모를까마는 그것은 칭찬이 아니라 유혹의 말이었지만, 그래도 세상에 태어나서 ‘꽃보다 아름답고 떠오르는 보름달’이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우스운 착각인지는 몰라도 내 미모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ㅎㅎㅎ 오늘 멀리 LA에서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잔잔한 글씨체로 A4 용지 한 장을 가득 메운 그의 사연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포기상태에 있었다. 유튜브를유투브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신에게 맞는 강의가 없던 차에 ‘워싱턴 등대지기’에서 강의한 시민권 시험공부를 보고 무릎을 탁~치며 자신을 가졌다며 이제 마음 놓고 자신 있게 시민권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어 ‘감사하다.’라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이 종종 ‘감사하다.’라는 말은 했지만, 이렇게 편지까지 받고 보니 좀 더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었다니 나도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한 편지를 가끔 받았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답장을 쓰기로 하였다. 그녀는 가끔 정부 기관의 소식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전해 줄 것을 부탁하는 말도 하였다. 글쎄! 노력은 하겠지만, LA에서 가끔 전화 또는 답글을 보며 정말 우리 한인이 아직 미국 이민 생활에 정착할 수 있는 길은 멀었다. 더 많은 정보를 알려 그들에게 미국 생활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길은 그야말로 아름답고 보람 있는 길이 아니던가! 아무리 뜯어보고 살펴보아도 떠오르는 꽃보다 아름답고 떠오르는 둥근 보름달 같은 미모의 여인은 될 수 없지만, 마음만은 그들에게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이민 생활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우리는 사랑을 배웠고 나눔의 길을 알았으며 낮아지는 겸손도 배웠다. 작은 겨자씨 같은 사랑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어도 우리는 포근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우리가 서로 보듬어 주고 다독여 주지 않으면 누가 그것을 해 줄 것인가! 칭찬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유혹의 칭찬이 아닌 가슴으로 전하는 진정 아름다운 칭찬이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움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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