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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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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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사명!

관리자 0 1976

이제 추위는 끝났는가 싶어 짧은 바지에 여름 셔츠를 걸치고 밖으로 나온 순간 찬 기운이 온몸을 파고들었다. 조금 걷다 보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조깅을 시작했다. 그러나 추위는 물러갈 줄 모르고 몸속으로 파고드는 냉기 때문에 개 떨 듯이 부지런히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무언가 목덜미가 까칠했다. 무심히 손으로 만져보니 아직 날지 못하는 작은 매미가 목덜미에 붙어있었다. 순간 매정하게 손으로 뿌리치자 땅에 떨어진 매미가 발을 꼬무락거린다. 그러다 나 때문에 죽을까 걱정되어 풀숲에 옮겨 놓았다. 하늘에 해가 비추고 얼마쯤 걸어가자 그제야 냉기가 조금씩 사라져 간다. 나무 밑에는 매미가 날개를 달기 전에 죽어서 산더미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징그럽기 짝이 없다. 여름에 푸른 나뭇가지 속에서 시원하게 울어대던 매미의 울음소리는 아름다운 여름의 노래였고 정겨운 손님이었지만, 나뭇가지마다 빼곡히 눌어붙은 매미는 아름답기는커녕 별로 달가운 손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제 코로나가 물러갔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데 중국에는 메뚜기 떼의 대란이 일어나고 미국에는 매미가 등청하셨으니 이번 여름은 매미의 줄기찬 노랫가락이 아주 시끄러울 판이다. 그래도 마스크 벗고 오랜만에 붉은 립스틱 바르고 보니 여자다워 보인다. 역시 여자는 마스카라 올리고 초승달 눈썹 그리고 붉은 립스틱은 발라야 좀 여성스러워 보이는데 지난 2년 동안 화장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여자의 고운 얼굴에 검은 때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리고 다니다 보니 누가 인사를 해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아야 누군가를 알 수 있었던 지난 세월, 아직은 조금 더 조심해야겠지만, 그래도 얼굴을 드러내 놓고 말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지겹던 세월은 지나갔건만, 일자리 구하기가 매우 힘든 사람들의 한숨이 더 깊어졌는가 보다. 다니던 일터는 문을 닫고 다른 곳은 이미 사람이 다 차서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많은 사람을 채용할 수도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이고 힘들어요. 코로나가 풀리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라는 그의 힘 빠진 목소리엔 생기가 없었다. “어쩌죠? 하지만 이제 곧 나아질 거예요.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 많은 사람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러나 곧 나아지겠죠.”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가 보다. “이제 코로나 풀렸으니 빨리 일해서 밀린 방세 내야 하는데 그게 큰 걱정이에요.”라는 그에게 “정부에서 돈을 받지 않았나요?”라고 묻고 곧 후회하였다.”. 그 사람이란 것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하지만, 저희가 아직 불법 체류자라서 그런 혜택은 받을 수 없었어요. 이제 곧 사면될 수 있다니 정말 다행한 일이지만, 그것도 그냥 빈손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휴~ 그저 한숨만 나오네요. 그래도 어디 부탁한 데서 곧 연락을 주겠다고 하니 좋은 일이 있겠지요.”라고 한다. 어려운 살림 때문에 남의 빚까지 얻어 썼다는 “그래도 천천히 갚으라고 해서 고맙죠. 그런데 밀린 방세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라며 한숨을 토해내는 그에게 우리는 밀린 방세가 얼마냐? 라고 묻지 않았다. 몇 달이라면 두 달인 지? 석 달인 지? 그것도 물을 수 없었다. 알고 보면 불법 체류자가 된 것은 그의 탓만이 아니었다. 가족이 모두 이민 올 때 처음부터 불법으로 미국으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불법’이라는 망에 걸려 버린 것이다. 우리가 그것까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삶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일 수밖에 없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 떠나고자 하니 다시 올 수 없는 타국! 남겨진 사랑하는 자녀와의 이별이 두려워 혹독한 삶 일이라도 견디어야 하는 고독! 그들과 함께 가는 길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리라, 그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40파운드)와 라면 후원받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하실 분은 웹 ykcsc.net 에서 paypal를 이용하시거나 또는 수표에 ‘YKCSC’라고 적으신 후 4208 Evergreen Ln, #225 Annandale, VA 22003으로 보내주세요. (세금공제혜택서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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