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살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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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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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살았군요

관리자 0 4453

바보처럼 살았군요!!!

 

 

"나가 뭣 땜시 말도 못하는 미국 땅에 와서 고생하며 사는지 뭘러한국에 있으면 친구들도 만나고 귀경도 맘대로 가고 허는디". 할머니는 계속 자신이 왜 이렇게 말도 안 통하는 미국 땅에 와서 이 고생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허공에 날려 보내고 있었다. "암것두 모르구 그냥 남편 따라와서 자식들 뒷바라지하고 살았는데그때는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 건 줄 알았제나가 바보여바보 천치랑께로! '이제 따로 떨어져 나와 살다 보니 버는 돈은 없고 모아 둔 돈도 없고 너무 답답해정부보조혜택이라도 받아 보려고 신청을 했는데 까다롭기 그지없고그게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미국 땅에 와서 직장이라도 다녔더라면 사회복지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어 지금같이 이렇게 쪼들리며 살지는 않았을 터세금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아무런 혜택을 신청할 수 없다전에는 자식들 모두 일 다니고 있으니 그냥저냥 손자들 봐 주며 살았는데이제 손자들 모두 자라 할머니 손이 필요 없게 되니 노인 아파트에서 할아버지 혼자 타는 보조금으로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아 영감이 있으면 뭘혀돈도 일일이 타다 써야 하고그것도 제대로 주기나 하면 괜찮제사정사정해서 요즘은 그래도 한 달에 쪼껨 주는디 나가 비록 늙었어도 여자 아닌게벼여자는 돈 쓸 일이 더 많잖여그런데 영감 주는 돈으로 교회 헌금 몇 번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당께로 더 달라고 하면 콧방귀도 안 뀐당께로 내 참 더러워서나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몰라나가 바보여 바보할머니의 푸념 섞인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는 "아 나는 돈을 제대로 쓰고 다닝당가다 살림하는데 보태고 있잖여?"라며 흥~소리를 낸다그러자할머니는 "얼레에자기가 무신 살림을 살어다니면서 혼자 좋은 것 다 사고 다니면서."라는 할머니의 고함이 더 크다정부에서 나오는 돈 몇백 불을 놓고 두 분의 실랑이가 끝날 것 같지 않다하는 수없이 할머니는 시민권을 따기로 마음을 먹긴 먹었는데. "오매 나가 ABC도 모르는데 워찌 영어로 된 시민권 시험을 보냔 말여에구 내 팔자여….". 라더니 할아버지를 향해 눈을 흘긴다지금까지 미국에 살면서 신발 한 켤레 사 신어 본 적이 없노라는 할머니는 몇 년 전 한국 방문 때 시장에서 사 온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며 발가락이 나 온 신을 들어 보인다. '원수 같은 놈의 돈그놈의 돈이 대체 뭐기에 이리도 사람 속을 태우는지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얼굴은 그 흔한 크림도 안 바르셨는지 피부가 마른 것 같다이제 나이 들어 서로 의지하고 옛이야기 나누며 살아야 할 그 연세에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할머니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나는 급기야 "따님한테 용돈 좀 달라고 하세요."라고 했더니 "그것도 그리 안되지라즈그들 먹고 살려고 온종일 고생하는데 돈 쪼깨 달라는 말이 영 안나오드만요"라는 할머니께, "아니 그래도 손자들 다 봐 주시고또 대궐 같은 집에서 산다면서요”.라고 하자, "그랴도 안 그렇제어찌 돈을 달라고 한다요지가 알아서 주면 몰라도…."라며 아쉬운 듯고개를 떨어뜨린다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리라애지중지 키운 고운 자식이젠 시집가고 장가가서 돈 버느라 애쓰는 자식들이 더 안쓰러우신가 보다툭툭 털고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시는 할머니의 한숨 소리가 한동안 내 귓가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가 뭣땜시 여기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사는지 모르것소나가 참말로 바보랑께 바보천치여아 고향 가면 월매나 좋것소나가 자식들만 여기 없으면 그냥 한국 고향 땅에 가서 친구들하고 살면 짜장 좋것소만그러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못하고에구 나 팔자가 워찌 요로콤 되 부렀는지 참말로 모르겠당께나가 참말로 바보여". 라는 할머니의 푸념을 들으며 부지런히 가방을 챙겨 들고 어르신 뒤를 따르자, '퇴근하시는가?"라고 묻는 노인, '아니요어르신들 모셔다 드리려고요"라고 하자, "아니여 우린 그냥 버스 타고 가면 되니께로 그냥 기셔"라고 하셨지만난 그럴 수 없었다차로 가면 단 십 분인 거리를 버스를 타면 한 시간도 더 넘게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이다날도 더운데 연세 드신 어른들을 걷게 할 수가 없었다아파트 입구에 내려 드리니 쉽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는 두 노인, "주님! "먹을 것입을 것그리고 마실 것을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셨지만그래도 인간이기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입니다그러나 넘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자비를 베푸시어 할머니가 시민권 시험에 꼭 붙도록 은총 주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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