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들의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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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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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가진자들의 허세

관리자 0 5513

글쓴이 박춘선


사람들은 티격태격 말싸움을 한다. 내가 옳다니 네가 그르다니, 따지고 보면, 이것도 내 잘못 저것도 내 잘못이건만, 그들은 이래서 무엇 때문에 네가 잘못했고, 이것은 내가 잘했다고 하면서 말다툼을 한다. 뭐 그래서 법이 생기고 재판이 열리고, 진하게 싸움을 하다 보면 철창도 가야 하는 일까지 생기는 게 세상살이다. 자신이 뱉은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가슴에 화를 돋우고 역정까지 내게 함에도 그래도 그는 자신이 한 잘못을 모르고 상대방만의 잘못이라고 우기고 있다.


우리는 왜 나의 잘못으로 누군가가 상처를 입고 가슴 아픈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모를까?


가진 자는 이 세상이 다 자신의 것인 양, 자신 위에는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고, 없는 자는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땅바닥까지 머리를 박고 조아려야 하는가?


같은 종족들끼리 서로 언성을 높이고 뒷말을 하며 네가 잘났니, 내가 잘났다며 싸움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면, 나오는 게 그저 한숨뿐이다. 나에게 재물을 주신 것은 바로 내 것이 아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라고 맡기신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주님이 맡겨주신 재물을 자신의 것인 양 없는 이들에게 호의를 베풀기보단, 그들의 가슴에 시퍼런 멍울과 원망만 안겨 주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아니, 지금까지 돈도 못 모으고 뭐하며 살았어?”라고 말하는 노인의 말이 그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아내가 아파서 병원비 내고 하다 보니 돈 모을 새도 없었어요.”라고 하자 “그럼? 병원 보험도 없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투가 비꼬이듯 들린다. 그러자 “보험이요? 약값도 없어서 맨날 허덕이는데 어떻게 그 비싼 보험을 듭니까? 말씀하시는 게 듣기 거북합니다.”라며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아니 어른한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라며 대꾸하는 노인의 얼굴에 서기가 등등하다. 그러자 그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아니, 요즘 것들은 어른 공경을 몰라요.”라며 혀를 끌끌 차는 노인에게 “그래도 어르신이 잘못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궁핍하고 어려운데 누가 돈을 모으고 싶지 않아서 안 모았나요? 보험은 들고 싶지 않아서 안 들었나요? 그럴 때는 위로해 주는 게 맞는 것이지 야단을 치는 게 아닙니다.”라고 하자, “아니 난 그냥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는 노인에게 “아니지요. 그것은 저분을 위해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가슴에 불을 지르는 말씀인 줄 모르셨습니까?”라고 한 마디를 뱉자 속으로 뭐라고 구시렁거리며 밖으로 나간다.


한 사람은 어려움을 하소연하러 왔다가 상처를 입고 가 버리고, 노인은 제 편을 들지 않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꾸짖는 내가 미워 가 버렸다.


자신은 그래도 돈이라도 모아 어렵지 않게 살고 있으니 아주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누군가를 명분도 없이 꾸짖는다는 것은 노인이라 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돈이 많아도 하루에 세 끼, 아니 돈이 많으니 여섯 끼 정도는 먹으려나? 아마 거기에 금붙이라도 섞어 먹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은 희망을 품고 살겠지만, 부자들에게 희망은 없다. 그저 바라는 것은 자식들 잘되는 것, 없는 사람 비꼬는 것, 부른 배 두드리며 사는 것,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별 볼 일 없는 허세일 뿐이다. 서로 다독이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 한쪽만 있었다면, 이렇게 울화통 터트리며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 것을, 방정스럽게 노인네가 하나 끼어들어 화투를 끝장내 버리고 말았다.


젊은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예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와서.”라고 하는 그분에게 “제가 죄송하네요. 마음이 가라앉으면 다시 오세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지만, 있는 자들의 그 허세를 보아야 하는 우리의 마음이 평화롭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있는 자들에 대한 존경보다는 없는 자들의 애처로움이 우리 가슴 속에 웅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로의 말씀 한마디면 좋았을 것을, 쓸데없는 노인의 허세 때문에 또 한 사람의 가슴에 멍을 안겨주었다. 어찌할꼬, 돌아가는 그의 가슴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노인은 아직도 어린 것들에게 입은 상처 때문에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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