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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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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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마누라

관리자 0 5576

글쓴이 박춘선


그는 왜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우고 집에 관심이 없는지 이해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아름답고 예쁘고 멋진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성장하고 보니 엄마는 거의 매일같이 계모임, 친구 모임, 동창 모임, 쇼핑에 정신을 쏟고 다녔고, 아버지는 고된 일 때문에 저녁 식사가 끝나면 일찌감치 코를 골고 잠을 청했다. 이제 연세가 들어 아버지는 밖에서 친구 만나 술 마시고 가끔 집에 오지 않는 것은 다른 여자와 그 한 밤을 즐기고 있고, 엄마는 초고도의 비만에, 낮에는 밖에서 저녁에는 자정이 될 때까지 드라마란 드라마는 다 보고 잔다. 아버지 즉, 남편과의 대화는 늘, 누구의 엄마는 고급 차로 바꾸었다, 누구의 엄마는 무슨 보석을 샀더라, 멋진 가방을 메고 다니더라, 라는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 어떤 남편이 뚱뚱한 마누라의 허접스런 불만만 들으며 살 수 있을까? 인제 보니 아버지만 고집불통에 가정이나 식구들에게 늘 만족스럽지 않은 아버지로 여겼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이 더 든다.


저 글을 읽으면서 별안간 나는 어떤 마누라로 살고 있는지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글쎄, 나라고 특별하게 남편을 위해 멋지고 아름답게 살지는 않았겠지만, 중년이 되어가며 이혼율이 급상승하는 것을 보면, 저 글이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저런 마누라보다 더 멋지게 더 성실하게 남편에게 순종하며 산 마누라들이 더 많겠지만, 글을 쓴 24세의 아들이 본 자신의 엄마에 대한 평가는 과히 슬프기 짝이 없다.


어떤 남자가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아직도 젊고 활기가 넘치지만, 거의 매일 운동복이나 걸치고 화장도 하지 않고 긴 머리를 보글보글 말아 휘날리고 다니는데, “과연 제가 3년 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그 여자가 맞는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젠 뭐 꾸며야 할 이유도 없고, 꾸미는 것도 귀찮다.”라고 하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꾸며서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만, 자신은 아직 3년 전의 그 아내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을 보고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혼하고 보니 그토록 아름답고 예쁘고 귀엽던 그 여인은 어딘가로 종적을 감추고, 화장기 없는 얼굴, 개미 같던 허리는 두둥실 뱃살이 늘어나고 스타킹 신은 멋진 다리맵시 대신 시커먼 양말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예쁜 손으로 입 가리며 미소 짓던 모습은 사라지고 아무 곳에서나 입을 드러내며 하하 웃는 모습,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심기가 자꾸 불편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일까?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아내가 “여보, 나 신발 하나 사고 싶은데 사도 될까?”라고 물었다. 나는 무슨 신발을 사는데 남편에게 그런 걸 묻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의 대답이 “얼마짜린데?”라고 물었다. “응, 신발이 어디 제품인데 좀 비싸, $500인데.”라고 하자 남편의 목소리가 커졌다. “야? 무슨 신발을 $500씩이나 주고 사냐?”라는 말투가 더 크다. “그럼 어쩌라고? 신발이 맘에 드는데?”라는 아내의 목소리도 커졌다. “사지 마라, 내가 말했다. 사지 말라고.”라고 하더니 남편이 전화를 꺼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에~구 좀생이”라며 투덜거린다.  


힘들게 바깥일 하며 돈 버는 남편의 심기에 불을 질러버렸다. 그렇게 입을 삐죽이고 있는데, 남편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너는 생각이 있냐? 없냐? 온종일 뙤약볕에서 일하는 내 생각은 했냐? 무슨 신발을 $500씩이나 주고 사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라고 하더니 다시 또 전화를 끊었다. 투덜거리며 입을 샐쭉하는 그녀와 헤어지며 “에이고, 오늘 한바탕 하게 생겼네.”라고 하자. “괜찮아요, 다음에 몰래 살 거예요.”라고 한다. 이렇게 사랑으로 맺어졌던 부부가 하나둘 사랑이 아닌 불편함의 관계가 시작되어 가고 있었다. 하긴, 노동으로 힘들게 일하는 남편을 생각한다면, $500짜리 신발이 가당치 않겠지만, 그것이 여자의 심리이니 어찌할꼬? 그러나 남편도 사랑하는 아내의 소원 하나 들어주지 못하는 마음이 아플 것이다.


애인과 애인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내와 남편으로 맺어지는 순간, 알뜰살뜰 아내를 위하고 남편을 위하는 마음, 그래서 오랜 세월 함께 사랑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윗글의 내용처럼 무언가 이어지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이어져 살아가고 있는 것도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버지가 왜 항상 바깥으로 도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는 아들의 그 심정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하긴, 남편만 바라보며 한평생 살아가는 곱디고운 아내를 나 모르라며 처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인간들도 있으니 부창부수라는 말은 멀리 사라진 지 오래다. 아니 알기나 하려나? 부창부수가 무슨 뜻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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