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행복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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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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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그것이 행복인 것을

관리자 0 5580

글쓴이 박춘선

내려 놓으라고 했지만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버리라고 했지만 버릴 수가 없었다. 무엇이 그의 마음속에 무거운 짐을 안겨 주었을까? 누가 그에게 꺼내 버릴 수 없는 돌덩이를 안겨 주었을까? 없었다, 없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그는 무거운 짐과 돌덩이를 던져 버릴 수가 없었다. 짐을 벗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웠고, 돌을 던져버리기엔 아직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믿었기에 버릴 수가 없었다. 그가 안고 가기엔 무거운 것들이었지만, 그 욕망에 대한 한없는 애정 때문에 그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은 기울어 가고 수많은 약을 먹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중풍으로 몸이 기울었을 때 비로소 그는 돌아가 버린 입으로 “돈이 다 무슨 소용이야? 다 필요 없어.”라며 말 한마디를 뱉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인데 정말 돈도 필요 없었을까? 돈이란 것에 매달려 평생을 살다 중풍으로 몸이 기울자 이제야 겨우 깨달았던 모양이다. 진작 내려놓았더라면, 진작 던져 버렸더라면 늘그막 한 세상 정말 맛나고 간드러지게 살다 갈 것을, “평생 여행도 한번 가 본 적이 없어요. 돈이 아까워서 외식 한번 못했어요.”라고 말하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서기가 서려 있었다. “나 혼자 잘 먹고 살자고 그랬어?”라며 한마디 내 던진다. 돈을 모을 줄은 알았지만 쓸 줄을 몰랐다. 하긴, 궂은일을 하면서 모은 돈이 귀한 것이겠지만, 귀하게 모은 돈에 대한 미련이 너무 많아 행복은 오직 돈만 있으면 될 줄 알았다. 아내는 “돈 이야기만 하면 기절해요. 먹을 것도 아까워서 벌벌 떨고. 고생은 자기 혼자만 했겠어요? 나도 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인데.”라며 혀를 찬다.

병구완이 필요한데 복지관에서 오는 사람이 아닌 개인적으로 와서 간호해 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은 모릅니다.”라고 하는 수밖에, 아내의 몸에 자신의 몸을 기댄 채 밖으로 나가는 노인,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에 반신불수의 몸이 된 노인에게 대한 애잔한 마음보다는 남편의 몸을 차에 밀어 넣는 아내에게 대한 애잔한 마음이 더 크다. 고집불통인 남편을 병구완해야 하는 가족, 특히 아내는 앞으로 높고 가파른 언덕을 넘어야 한다.

어떤 노인 할머니는 “내려놓으라고 했지만, 자식들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어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는 말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 막상 그러려면 아까워서 그럴 수 없으니 이것도 죄인 것 같아요.”라고 한다. 뭐 죄까지 지을 일은 아니겠지만, 내 것이라고 껴안고 살아야 별로 값진 일도 아닌 것 같다.

자식에게 주자니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들고, 딸에게 주자니 사위가 마음에 안 들고, 그 돈 때문에 마음고생 하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자식이 없는 어떤 노인은 조카에게 주자니 그건 또 그렇고 시동생에게 주자니 받지 않겠다고 하고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시면 사회에 반환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하자 “내가 고생해서 번 돈을 왜 사회에 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며 소리를 지른다. 아니 그러면 그런 말씀을 하지 말던가. 어느덧 나이는 90으로 다가가는데 그 돈 때문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 노인들,

어느 날 눈 감고 손바닥 펴고 먼 세상으로 떠날 때 그 돈은 어디로 갈 것인가. 돈이 없어 병든 몸으로 다리를 질질 끌며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뜨거운 대낮에 거리로 나가는 사람들, 몇 푼 안 되는 쌀 한 포와 라면 한 상자라도 기꺼이 받아들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 방세를 내지 못해 결국 거리에서 몸을 뉘는 사람들,

어떤 사람은 돈이 너무 많아 걱정하고 어떤 사람은 먹을거리도 없어 전전긍긍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 세상살이가 참으로 불공평하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방세라도 걱정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한숨 쉬며 쏟아내는 그 말 한마디가 오히려 애절하게 들릴 뿐이다.

“돈 오십 달러만 꿔 주세요.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라는 노인, 지갑을 보니 돈이 없다. “없는데요.”라고 하자 삼 십 달러라도 주세요.”라고 하더니 돈 삼 십 달러를 낚아채 쏜살같이 밖으로 나간다. 물론 며칠 후, 다시 가져왔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에게 우리가 건네야 할 것은 바로 사랑일 뿐이다.

마음을 비워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돈에 쏟는 마음이기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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