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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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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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어리석은 인간들

관리자 0 5573

글쓴이 박춘선

“난 죽는 게 너무 싫어요. 요즘은 100살까지 산다고 하는 데 이제 80살 조금 넘었는데 벌써 죽으면 얼마나 서럽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옮길 수 없는 두 다리를 의료 보조개에 의지하고 뒤뚱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집에 있으면 가족의 눈초리가 마뜩하지 않아 식구가 면회 오는 것도 별로 마땅치 않다는 할머니. 커다란 양로원 방 하나에 여러명이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에서 하루를 보낸다. 치아는 썩어 한 개의 이도 없는 할머니는 양쪽 눈도 찌그러져 있음에도 걸을 수 없는 다리를 끌며 방안을 다니며 “고맙습니더, 빵도 맛있게 묵었고 떡도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더.”라며 친절한 인사를 잊지 않는다. 할머니의 손을 일일이 잡을 때, 나는 멋 훗날의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듯했다. 사랑과 정성으로 곱게 키운 자식을 낳아 길렀건만,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 걸린 할머니는 “누군교?”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멍하니 아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느 날부터 자꾸 없는 말씀을 하시고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셨어요. 그래도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려고 했지만, 아내도 너무 힘들어하고 또 우리도 일을 다녀야 하니까 어쩔수 없이 어머니를 이곳에 모셨네요.”라고 말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어머니에 대한 애처로움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혈기왕성했던 젊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 늙어 병을 얻고 걷지 못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진정 그들의 몫만은 아니었다. 바로 나의 것이고 내가 맞이해야 할 늙음이었다. 죽기 싫지만 죽어야 할 운명,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할 내 인생의 내리막길이 아니었던가! 가는 길이 꽃길은 아닐지언정 험한 가시밭길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희망 사항, 살아온 길이 굳이 선한 길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악의 길은 걷지 않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고통을 주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사악한 마음으로 살지는 않았는지 노인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지나온 나의 길을 뒤돌아본다.

받은 상처는 치료될 수 있지만, 상처를 안겨준 사람의 마음은 영원히 치료될 수 없으며 고통을 받은 사람은 누구 말마따라 두 다리 쭈~욱 펴고 살 수 있지만, 고통을 안겨준 사람은 평생 그 고통의 수백 배를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죄를 지으면 어디론가 피해 버리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두 주님의 손바닥 안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게 인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그 사람들은 주일이면 교회에 나가 “주님 저에게 복을 내려 주십시오.”라고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어리석은 자들에게 복을 내리시지 않는다.

어느 신부님께서 “천당 가고 싶은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시자 모두가 손을 들었다. 그래서 “그럼 지금 당장 천당에 가실 분 계신가요?”라고 하시자 아무도 손을 든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천당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우리의 하루가 천당이고 지옥일 수 있다. 

남편의 병간호를 하며 죽은 양 살아가지만, 어떤 때는 너무 애꿎은 남편의 말과 행동 때문에 “죽든가 말든가 이젠 신경도 안 써요.”라고 말하던 아내의 얼굴엔 노기가 서려 있었다. “누가 저보고 병 걸리라고 했나 병 걸린 것은 안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병들게 한 것도 아닌데 온종일  사람을 못살게 하니 차라리 빨리 가던가”라며 푸념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과연 남편이 빨리 가며 그녀의 인생이 편해질 것도 같았다. “그래도 수십 년을 살았으니 버리지도 못하고 화병까지 나서 못 살겠어요.”라던 아내. 사는 것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지만, 그녀가 사는 모습은 잘 사는 모습이 아니었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눈물로 하소연하는 부부를 살게 해 주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을 끊고 사라져 간 인간 때문에 가슴에 멍이 들어 버렸다. 인간을 믿는 것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그들의 안타까운 삶이 너무 애처로워 마음을 다하여 보살펴 주었더니 이제는 살게 되었는지 소식이 없다. 그렇게 남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주고 고통을 주며 떠난 그들의 삶은 바로 어리석음 그 자체였다. 옛말에 “못된 인간은 짐승만도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짐승만도 못할 수 야 없지 않은가! 그래도 용서하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래서 인간은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더냐?”라고 하신다. 그래 용서해 주자, 인간은 용서가 되지만, 행위는 용서할 수 없으니 어쩌면 좋으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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