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아귀 안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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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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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회가 만난 형제들

그 손아귀 안에 있건만,

관리자 0 5484

걸쭉한 목소리의 그는 “이제 영주권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영주 귀국하려고 합니다. 이제 나이 들고 어는 미국에서 힘들게 사느니 아예 고향에 가서 사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그의 말을 듣자 머리가 산만해진다. “글쎄요. 저도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지금 한국에 가서 살아갈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네요.”라는 말로 얼버무리자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라며 털어놓는 그는, 어느 신용카드 회사에 적지 않은 빚을 비고 있는데 그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으니 그냥 한국으로 떠나가 버릴까를 고민한다고 하였다. 

와!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물론 답은 하나이다. “갚으시는 게 맞는 데요.”라고, 그러나 그는 그 빚을 갚은 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것도 한 군데의 회사가 아니라 여러 군데의 빚이 있는데, 갚아야 할 돈은 무려 삼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었다.

남의 돈 삼만 달러를 썼으니 갚으려는 고민도 해 보았으리라. 그러나 갚을 능력이 없다고 그냥 훌쩍 떠나버린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가서라도 매달 얼마씩 그 돈을 갚으세요. 아무리 한국으로 영주 귀국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선생님께서 쓰신 남의 돈이니까요.”라고 하자 “제가 안 갚겠다는 게 아니라 돈이 없으니 갚을 능력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하는 그의 말을 들으니 울컥 무언가가 속으로부터 끓어 오른다. 더구나 그는 “그래 봐야 겨우 삼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아니! 겨우 그것밖에 안 된다니? 그렇다면 갚으시면 되겠네요.”라고 하자 그가 눈을 둥그렇게 뜨며 “아니 그게 아니라 따지고 보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인데 지금 제가 능력이 되지 않으니”라는 그에게 나도 모르게 “선생님에겐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 해도 그것은 남의 돈입니다. 또한, 이다음 일을 누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다시 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하자 “나중에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라는 그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조소 같은 것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액수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라고 말은 했지만, 어쩐지 심사가 뒤틀린다.

“ 아무리 봐도 갚으실 생각을 전혀 없으신 것 같은데 그럼, 그냥 가시면 되지 뭐가 알고 싶어 오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혹시, 나중에 법적으로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요.”라고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의 마음에 양심이 있다면 항상 그 마음은 어두운 응달 속에서 살겠지만, 그래도 양심에 한 줄의 가책도 없다면 의기양양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닐까? “저도 양심은 있어요. 미안하고 죄스럽기는 하지만 어쩌겠어요?”라고 말하는 그,

“제가 ‘갚아라, 갚지 말아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한국에 가시더라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갚을 수 있으면 갚으세요. 두 번 다시 미국 땅을 밟지 않겠다고 하지만 사람 일을 누가 다 알 수 있겠어요.”라고 했더니 “물론 돈이 생기면 갚아야지요.”라고 했지만, 그는 “미국을 떠나 버리면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찾을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사는 것이 아무리 어려울지언정, 남의 것을 탐내는 일은 하지 않는 게 마땅한 일이다. 내 것이 아니면 가질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의 내가 힘든 생활일지언정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살아갈 필요는 없다. 내어준 사람은 사랑의 마음으로 준 것이겠지만, 받은 그 마음엔 감사함이 없는 것이다. 그는 이제 곧 한국으로 간다고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몸은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고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 주님의 손아귀 안에 그 모습은 들어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 갚을 수 없지만, 어떻게 해야 갚을 수 있을까요? 를 물어야 했다. 떠나면 그만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떠나더라도 그 돈을 갚고 싶다고 해야 옳은 말일 것이다.

가난! 그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과 감사함이 넘치는 그런 애정이 있다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사랑이 넘치는 그런 세상이 될 것이다. 


예진회 대표  박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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